[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이대로 가면 한국전력은 영원히 적자를 면치 못합니다"
"한국 전력은 상장된 회사입니다. 정부는 공기업은 적자내도 괜찮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25일 서울 서울 삼성동 한전본사 회의실. 다음주 초 퇴임식을 갖고 한국전력을 떠나는 김쌍수 사장은 정부를 향해 작정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임기를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 사표를 낸 김 사장에 대해선 주변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우회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정치적 항변'이 아니냐는 해석도 들린다. 한전 주주들이 낸 2조8000억원의 소송에 휘말린 점을 감안하면 김 사장의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동정론도 있다.
김 사장은 "취임초기부터 주주들로부터 소송당할 가능성이 경고했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무시했다"는 비화까지 털어놓았다.
당초 전자업계 간판 CEO를 공기업의 구원투수로 부른 것도 정부였다. 김 사장은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취임 초부터 "조직을 파괴하라"며 공룡 기업 한전의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지난 3년간 4조5000억원 원가 절감을 한 것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전기료 인상에 있어서 정치와 입장을 달랐고 그 간극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그는 "지식경제부는 우리 편이었는데 물가당국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며 "한전의 적자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 내내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던 김 사장도 물가인상 억제라는 정부의 벽은 넘지 못한 셈이다.
대내외적으로 한전은 지금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CEO도 공석이고 경영 상태도 악화일로다. 올 연말 부채비율이 150%까지 치솟으면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할 수 있는 지경이다. 그러자 주주들은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차기 한전 사장으로 다시 민간인 출신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단. 민간인 출신으로 한전 개혁을 다시 한 번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면 김 사장의 '암울한 고별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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