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조상님들 입맛도 수입산으로 변할까?'
고물가 올해 추석 차례상이 수입산으로 도배될 것으로 보인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에 장마와 태풍 등 기후문제가 겹치면서 과일을 비롯해 육류와 생선까지 모두 수입산이 늘었기 때문.
더욱이 고물가 부담은 차례상에 수입 식품을 올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중론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수입산 과일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상은 물론 선물용으로 상품에도 수입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과일의 수확시기가 9월말 경으로 추석 이후로 예정돼 있는데다 폭우와 태풍 피해로 당도가 떨어지고 낙과도 많기 때문이다.
수산물 수입규모도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킹크랩(러시아), 블랙타이거새우(태국), 랍스터(캐나다)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산물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태풍과 폭우 등으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한 원인도 크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갈치, 고등어, 대게, 조기 등 수산물 수입은 30% 이상 늘어났다.
구제역파동 이후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입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추석 차례상에도 수입산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올 6월 돼지고기와 소고기 수입 물량이 각각 전년 동원대비 93%, 13% 늘었다.
생선과 수산물 외에 일반 농산물의 수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산물의 수입 총액은 90억9700만달러로 지난 한해 수입 총액 139억8770만달러의 65%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선물용 주로 공급되는 와인 수입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와인가격이 5~15% 가량 떨어졌다"며 "지난해에 이어 11% 늘어난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작년에 비해 20% 이상 뛰었다는 소식이 나올 만큼 농산물 가격 불안이 심각하다"며 "차례상에 수입산 농수산물이 올라가는 비율이 작년에 비해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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