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현대차그룹이 '검은 금요일'의 직격탄을 온 몸으로 맞았다. 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주가가 폭락하며 지난 19일 하루에만 14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허공에 사라졌다.
19일 코스피가 115.7포인트(6.22%) 떨어진 1744.88을 기록해 연중 최저치로 폭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13일 이후 11개월만에 10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985조5080억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64조8200억원이 줄었다.
이날 증시가 그간 주도주 역할을 해 온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위주로 폭락하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낙폭이 특히 컸다. 그룹의 대표 3인방인 현대차(-10.97%), 기아차(-7.54), 현대모비스(-13.49%)가 모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3인방 다음으로 그룹에서 시총 규모가 큰 현대제철과 현대건설도 9% 급락했다. 지난 2월 증시에 입성한 그룹의 막내 상장사 현대위아는 이날 처음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이날 134조원에서 120조원으로 줄어 하루만에 13조6541억원(10.2%)이 사라졌다. 이는 19일 코스피 전체 시총 감소액의 5분의 1(2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건설의 시총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그룹 맏형인 현대차 시총이 4.6조원 증발해 가장 많이 줄었고, 다음으로 현대모비스(4.4조원), 기아차(2조원)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비자동차 계열에서는 현대제철(8600억원)과 현대건설(7500억원)의 시총이 많이 줄었다.
대기업 계열 중 현대차그룹의 낙폭이 유독 큰 이유는 자동차 산업 등 계열기업군이 경기변동에 민감한데다, 올해 실적이 좋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를 배경으로 주가가 특히나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동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와 현금자산 확보를 이유로 현대차그룹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자 기관과 자문형랩의 손절매(로스컷) 물량이 쏟아져 충격이 배가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9일 증시 폭락은 상반기 매수가 집중됐던 차화정에서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운 것"이라며 "대외변수에 대한 공포감, 로스컷 규정 때문에 기관이 제일 좋아하던 차화정 마저 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증시가 폭락하지만 않으면 추세상승으로의 전환은 어렵더라도 반등은 시도할 것"이라며 "바닥은 아니어도 발목까지는 온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