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아버지의 무관심이 자녀교육의 성공조건이라는 속설도 이제 옛말이 됐다. 아이의 성적관리에서부터 진로진학상담까지 아버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17일 오후 7시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2회 아버지학부모 포럼'은 퇴근길에 모여든 200여명의 아버지들로 성황을 이뤘다. 실제로 자녀 교육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아버지들을 위해 재단법인 행복한학부모(이사장 홍승용)가 마련한 자리였다. 중2 자녀를 둔 박성우(46·회사원)씨는 “그 동안 교육문제는 아이 엄마에게만 미루면서 정작 나는 무관심했다”며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공부 구경꾼으로 만드는 사교육에만 맡겨둘 수 없어 야근도 건너뛰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인재와 미래'를 주제로 30분간 강연했고, 강연장에는 모인 아버지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노트에 빼곡히 필기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등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이 장관은 아이들의 진로상담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대입경쟁의 시대에서 대학경쟁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며 “기존의 획일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미래에 관한 중요한 결정할 때 영향력을 가진 아버지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의 성적문제로 고심하는 아버지들에게는 '자기주도학습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장관은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인용해 “사교육으로 100만원을 투자한 아이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2시간 늘린 아이가 수능성적 전국 7만등 상승, 대학학점 3.5% 증가, 실질 임금 7.8% 상승 등의 효과를 봤다”면서 학부모가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에 중2자녀를 둔 한 아버지는 “학교가 선행학습을 조장하면서 배우지도 않은 부분을 평가하는 등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공교육의 선순환 구조는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국 40만의 선생님과 만 곳이 넘는 학교가 변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학부모가 적극 문제제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행복한학부모재단의 홍승용 이사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버지들은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원하고 교육에 도움을 주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기회가 없는 것 같다”며 “그 기회의 장을 만들고자 이번 포럼을 기획하게 됐고 앞으로도 '공부하는 아버지'들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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