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북한이 10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포 사격과 관련해 남측이 발파작업을 오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10일 서해 5개 섬과 가까이 하고있는 황해남도 일대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목표로 한 거창한 대상물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이에 따른 정상적인 발파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발파 소리에 놀란 남조선 괴뢰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군대가 포사격 도발을 일으켰다고 상황을 날조해 떠들어 대면서 그것을 구실로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는 추태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이 포 사격을 부인하고 나선데에는 최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외교장관 회담 이후 북미 대화가 본격화됐고, 정부도 50억원 상당의 대북 수해 지원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 중이다. 최근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식량지원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이 달 중순부터 실시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을 요구한 대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북한은 최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서한 등을 통해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한다면 그 자체가 관계 개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면서도 "군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복종할 준비가 돼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매년 시행되는 UGF 훈련에 대해 맹비난을 펼친 것과 비교할 때 한 층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국방대학교 김연수 교수는 "북한식 어법으로 해석할 때 남북 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UGF 훈련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가 대화 분위기로 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 이상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포격 부인 배경에는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간 대화 분위기 속에서 남한내에선 '김관진 암살조'를 비롯한 간첩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북측 단장은 "안으로는 각종 간첩단 사건과 보안법 위반 사건, 암살음모 사건을 조작하는 등 반공화국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고 밖으로는 포 사격 사건을 날조하는 것으로 합동군사연습의 명분을 조성하고 임의의 시각에 실전적인 북침전쟁의 구실을 마련해 보려는데 모략 소동의 진짜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대북노선에 대한) 선택과 관련해 정부를 압박해 대화기조로 가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1시와 오후7시46분께 북한 황해남도 용매도 남쪽 해역에서 북한군의 해안포 사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음이 각각 3발과 2발 들렸고, 이 중 1발씩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떨어져 두 차례 대응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