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적발된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은 국내 온라인게임프로그램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경찰은 외화벌이수단으로 활용된 해킹프로그램은 추후 대남 사이버테러에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 장치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5일 "북한 해커들의 목적이 단순한 외화벌이가 아니라 대남 사이버 공격의 기반을 다지는 데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이에 대한 방어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에 대한 우리 당국의 평가는 아직 추정단계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사이버전 전담부서, 부대 규모,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테러 등을 놓고 볼 때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한이 사이버전을 준비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세기 전쟁은 알탄(탄환)전쟁이며 21세기 전쟁은 정보전쟁"이라고 선언했다. 이무렵 평양 고사포사령부의 컴퓨터 명령체계와 적군 전파교란 등의 연구를 수행하던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121소를 해킹 및 사이버전 전담부대로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대남 사이버전은 북한군 총참모부 정찰총국 산하 110호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해 7월 디도스 사이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이 연구소는 기존의 사이버전쟁 전담부대인 기술정찰조와 조선컴퓨터센터 등을 확대 편성한 사령탑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정부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사례가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4만8000여건 있었고 지난해 한해만 92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의 영재를 평양의 금성 1·2중학교 컴퓨터영재반에 모아 전문 해커로 양성했으며,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에게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에 진학과 함께 부모를 평양에 살게 해주는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 2월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을 탄생시키면서 사이버전 전력도 대폭 증강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필적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지난 5월 탈북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3만명에 달하는 전자전 특수병력을 육성하고 있고, 사이버전 능력은 CIA에 필적하는 것으로 한국과 미국 당국이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 내정자도 지난달 26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특수작전군, 사이버역량 등 비대칭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대비하는 곳은 국가정보원 국가 사이버안전센터다. 이곳은 민관군 사이버기관을 지휘하고 사이버 위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외에 국방부와 경찰청도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걸음마 수준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사이버사령부를 출범시켰지만 공식적인 임무는 군에 대한 공격을 방어할 뿐이다. 경찰청도 지난해 초에야 보안국 산하 보안사이버분석계를 보안사이버수사대로 확대했다. 이곳에선 인터넷상의 대남 심리전이나 친북게시물을 적발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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