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마케팅비 쓰면서 출혈경쟁한 후유증
리빙소셜에 매각...위메프는 '지역포털'로 전환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가 문제다. 구글 이후 최고의 비즈니스라는 소셜커머스 얘기다. 지난 1년간 각 업체들은 마케팅비에 매달 수십억원씩 배정하며 출혈경쟁을 자행해 왔다. 후유증은 시나브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업계 1위를 자임하던 티켓몬스터가 미국 업체에 매각됐다. 업계 3위인 위메이크프라이스는 지역포털이란 신개념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 그들이 벌인 쩐의 전쟁을 알아본다.
◆일단 쏟아붓고 시작 = "타 업체들의 사업 방식을 보고 놀랐다. 일단 대규모로 광고를 집행해 놓고 시작하더라. 기존의 국내 벤처로선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종한 위메프 대표가 올초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허민 투자자(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게임업체 네오플을 성공시켰던 벤처인이다. 이미 벤처 경험이 있는 그가 보기에도 소셜커머스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말이다.
본격적인 출혈경쟁이 불붙은 것은 올초 상위 업체가 앞다퉈 TV광고를 시작하면서다. 티몬과 쿠팡이 먼저 광고를 내보냈고 한 달 뒤에는 위메프도 가세했다. 쿠팡은 김현중과 이나영을 모델로 기용하며 차별화를 두기도 했다. 이들 업체들이 지출한 TV광고비는 각각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TV 외에도 인터넷, 옥외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 혈전이 펼쳐졌다. 위메프는 업계 3위에서 도약한다는 목적 아래 현금 10억원 지급 이벤트를 벌였다. 회원 중 추첨을 통해 현금을 준다는 것이었다. 신규 가입만 하면 누구에게나 응모 자격이 주어졌다. 그루폰코리아는 메가기프트라는 이름 하에 홈플럿, 위즈위드, 옥션 등 다양한 상품권을 무료로 뿌렸다. 각각 금액으로 따지면 20억~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버티던 티몬, 결국 매각 = 마케팅 전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상위 업체들은 월 거래액 150억~200억원 달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얻는 수수료 매출액은 전체의 15~20% 수준이다. 한달 매출액 40억원 이하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많은 마케팅비를 지출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온 것이다.
파열음은 업계 선두로 불리던 티몬에게서 나왔다. 지난달 언론을 통해 매각설이 처음 보도됐다. 자금난에 봉착한 신현성 티몬 대표가 미국 업체 리빙소셜과 매각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리빙소셜은 그루폰에 이은 세계 2위 소셜커머스 업체다. 티몬 측은 "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2일 티몬은 리빙소셜과 인수합병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사항에 따라 구체적인 인수합병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 대표는 현금과 리빙소셜 지분을 나눠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신청한 리빙소셜은 기업 가치만 30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자금난은 타 업체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허민 위메프 대표는 현재 소셜커머스 시장을 두고 "말도 안되는 시장"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소셜커머스가 돈 넣고 돈 먹기 판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국내 업체 중 돈 버는 회사는 없을거다"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아예 사업방향을 전환했다. 허 대표는 "위메프를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속해 정보를 얻는 지역포털로 만들겠다"며 "경쟁 업체들은 커머스 쪽에 포커스를 두지만 우리는 지역포털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각자도생 혹은 2라운드 = 업계는 향후 변화 추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관심의 대상은 리빙소셜의 국내공략 전략이다. 리빙소셜은 최근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소셜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업계는 이번 티몬 매각 금액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한 만큼 리빙소셜은 국내에서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상 인수합병과 병행되는 게 구조조정이다. 이에 티몬 측은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티몬 관계자는 "모든 티몬 임직원이 잔류할 예정이다. 계약 사항에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빙소셜이 제2의 출혈경쟁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년간의 출혈경쟁으로 경쟁 업체들이 후유증을 보이는 상황에서 '1위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각자 나름의 살길을 찾아나서거나 제2의 마케팅 혈전이 벌어지거나 둘 중 하나"라며 "2~3개월 내로 향후 모습이 어떻게 전개될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