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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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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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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70년대 유신정권은 반독재 운동이 세를 키워가자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초헌법적 긴급조치를 남발하는 한편 ‘반호남 정서’를 조직적으로 유포시켰다.


당시 가장 강력한 체제 도전세력인 김대중과 그 지지자들을 호남이라는 틀 속에 가둬 소수파로 고립시키려는 음모였다.

만약 정치적으로 조작된 지역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던들, 신군부세력이 80년 광주에서 그와 같은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히 저지르진 못했을 것이다.


신군부 핵심이 과연 자신들의 고향인 대구에서 시위가 일어났거나, 혹은 ‘반호남 정서’에서 비껴있는 대전 등에서 시민과 학생이 들고 일어났어도 M16 실탄과 대검, 그리고 탱크와 화염방사기를 동원한 살육 작전을 거리낌 없이 벌였을까?

이처럼 5.18의 비극은 ‘반호남 정서’가 가장 폭력적 형태로 표출된 경우로, 누가 무슨 의도로 조작·유포한 것인지도 모른 채 지역감정을 내면화 한 모든 이들의 도의적 책임으로도 귀결되는 것이다.


악마의 주술인 ‘반호남 정서’. 이를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인 상당수 국민들의 미안함과 각성이 어우러져 우리 사회는 조금씩 전진해 왔고 ‘호남 때리기’와 ‘호남 배제’도 완화되고 있는 중이다.


# 최근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까지 ‘강남 좌파’로 규정했다.


정치인은 대개 학벌과 소득 규모로 볼 때 중상류층에 속하고, 동시에 선거에 당선되려면 대다수 서민의 표를 얻어야 하므로 겉으로라도 ‘친(親)서민 정치’를 표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는 성장기의 가난과 모래시계 검사로서의 정치입문 과정, 이후 비주류로 일관한 이력까지 보태 서민이미지를 단단히 구축해 왔다.


바로 그 홍 대표가 엊그제 호남 1, 충청 1이라는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의 기존 ‘관례’를 깨고 충청 출신 인사 2명을 과감히 천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표도 나오지 않는 지역에 뭐 하러 최고위원을 배려하느냐는 얘기다. 이 대목에선 홍 대표가 이런 저런 이유로 마뜩치 않게 여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뭔가 통하는 대목이 있다.


‘사람이 유능하면 데려다 쓰는 것이지, 왜 굳이 지역을 안배하느냐’는 게 MB의 인사관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결과는 25명의 장관 및 장관급에 광주·전남 출신 단 1명,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63명 중 광주·전남 단 1명으로 화끈하게 귀결돼 있다.


# 한나라당이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면 영남의 여당 지지세는 응집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반면 악전고투해 온 호남의 한나라당 입지자들은 더 어려워진다. 내년에 광주 출마가 예상되는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이 ‘백주대낮에 테러를 당한 기분’이라고 분노했으나, 실상은 이들의 선거캠프에 같은 편이 수류탄을 던진 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물론 대부분의 호남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본선 같은 예선’만 그럭저럭 넘어가면 내년 총선도 또 한 번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지난 사반세기 좋은 세월 보내온 정치집단이 영남의 한나라당과 호남의 민주당이다.


거주인구 기준, 영남이 호남의 2배이니 홍 대표의 ‘호남배제’는 그리 손해 보는 카드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이정현, 정용화 등 젊고 패기만만한 한나라당 광주·전남 주자들이 바둑판 ‘사석(捨石) 작전’의 희생양이 되는 건 보기에도 안쓰럽다.


홍 대표는 밀실에서 선거판의 ‘암수’(暗數)를 짜내는 전략가가 아닌, 사회통합을 앞장서 이끌어야 할 집권당 대표다. 대한민국에서 지역갈등을 뛰어넘는 현안이 몇 개나 되는가.


그는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하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면 당사자들을 만나 물어봐야 한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마라’는 속담도 있다.


사실 집권당이 호남출신 최고위원을 추천하건 말건, 그건 어디까지나 내부 문제고 나름 전략적 판단의 문제다.


그러나 이 점 하나만은 유념했으면 한다. 홍 대표는 지금 ‘대표취임 이후 내놓은 친서민정책은 모조리 표를 얻으려고 한 행위’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 지도자의 발언 치곤 스스로 생각해도 좀 경박하지 않은가?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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