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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쟁, 그리고 체제에 대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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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총격 등 이성적인 광기가 부른 죽음들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2001년 9.11 사건 이전 발생한 최대규모의 테러사건은 지난 1995년 4월의 미국 오클라호마주 연방건물 폭파사건이었다. 차량폭탄으로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테러사건의 주범인 미국의 티모시 맥베이와 이번 노르웨이 대량 살상 사건의 당사자인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심지어는 차량폭탄 원료로서 농업용 비료를 사용한 것까지 똑같다.

무엇보다도 둘 다 냉정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논리적 귀결을 극한까지 밀고 올라가서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티모시 맥베이의 신념 체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 즉 ‘주민들의 자치’였고 국가는 거기에 개입할 권한 따위는 없었다. 그에게는 1993년 2월 미국 텍사스주의 웨이코에서 벌어진 연방정부의 다윗분파 진압사건으로 74명이 죽은 사건이 연방이 개인을 억압하는 증좌였고, 그같은 억압시스템은 파괴되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브레이빅은 역사적 유럽, 즉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백인들의 유럽이 자신의 가치였다. 이슬람 이민자들이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믿었고, 지금의 정치제도가 이를 조장하는 악마라고 보았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이들은 ‘유럽을 위해’, 혹은 ‘미국을 위해’ 그 유럽이나 미국의 현재를 파괴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인간들, 즉 이슬람이나 연방공무원을 증오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우리에게 간섭하지만 않는다면”(맥베이). 브레이빅은 이슬람에게 그들의 땅에 가서 살라고 요구했다. 그가 쓴 유럽독립선언에는 “이슬람이 아니라, 유럽의 유산을 뒤흔드는 좌파들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브레이빅이 분노한 것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였다. 브레이빅이 보기에는 다문화주의는 유럽의 역사적 동질성을 파괴한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좌익 정치가들이 다문화주의를 선동하게끔 허용해주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 전체를 부정한다.


유럽은 자신들의 역사적 전통 위에 동질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시스템은 그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을 금기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강요된 다양성은 옳지않다”고 주장한다. 맥베이에게는 주민들의 자치를 가로막는 ‘미국 연방’이 바로 그같은 다양성을 강요하는 적이었다. 그가 연방정부의 웨이코 진압에 대해 분노한 것은 비단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의 ‘자치’에 연방정부가 무력으로 개입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둘다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직접 민주주의’는 옹호하지만, 그 조그만 테두리를 넘어서는 어떠한 개입과 간섭도 거부한다. 브레이빅에게는 다문화주의가, 맥베이에게는 연방이 바로 그같은 ‘강요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서로의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브레이빅이 ‘최선의 민족주의, 보수주의에 가장 가깝다’고 찬사를 보낸 한국이나 일본 사회를, 맥베이는 아마 개인을 억압하는 국가라며 거부했을 것이다. 그것은 퇴역군인과 소상공인, 미국과 유럽 출신이라는 두 사람의 배경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브레이빅은 자신이 ‘유럽의 영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맥베이는 끝까지 시니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가장 가깝게 만드는 것은 바로 행동방식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정치제도를 통하지 않고 전쟁의 논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다에게 있어서 국가와 정치 자체가 ‘적’이었다. 웨이코 사건을 “국가시스템에 의한 국민의 학살”로 보았던 맥베이는 자신의 테러에 의한 희생자들이 시스템의 일부였다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맥베이는 체포 뒤에 “피해자들을 마치 스타워즈에 나오는 병사들 처럼 생각했다”면서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잘못이 없을지 몰라도, 악의 제국(Evil Empire)를 위해 일했다는 점에서는 유죄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악의 축들’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6년전에 이미 미국인 스스로가 자국을 ‘악’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맥베이보다는 더 사색적이었던 브레이빅은 ‘최대 효과’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전쟁을 선택한다.


브레이빅은 자신의 행동을 순교작전(martyrdom operation)이라고 부르면서 군사 전략 분석가들의 견해를 내세웠다. 더 큰 효과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군사전문가들이 “충격과 공포”(shock and owe)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심지어 그는 알 카에다에 대해서 어느정도 존경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군사조직으로서 탁월한 적응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자에게 모두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전쟁의 논리이다. 다만 그것이 국가적인 동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제도적인, 국제법적인 전쟁이 아니라, 개인의 시스템에 대한 전쟁, 1인전쟁이라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인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그리고 다원주의라는 이름을 통해 그같은 적대의 논리를 제도내로 끌어들여 순치시키는 게임의 규칙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어떤 개인들은 자신이 속한 그 게임의 세계를 폭압과 정체성의 혼란을 통해 인간을 노예로 순치시키는 통로로 바라본다. 아직도 인류는 정치와 전쟁 사이의 갭을 메우는 체제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일까?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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