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기업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두가 군침을 흘릴만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기업들을 국내 기업이 차례로 접수해 나가고 있다.
이는 과거 해외 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국내 기업들을 인수, 시장을 잠식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엿보게 한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5월 아디다스그룹을 제치고 세계적 골프용품 기업인 아큐시네트(Acushnet)를 품에 안으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 골프볼, 풋조이 골프화 등을 보유한 전 세계 1위 골프용품회사다. 연 매출은 약 13억 달러 규모. 타이틀리스트 골프볼과 풋조이 골프화는 전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패션업체 이랜드 역시 이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 덕'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금융부채를 포함해 약 700억원 정도. 만다리나 덕은 1977년에 생긴 브랜드로 여행가방·핸드백·지갑 등을 5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 브랜드디. 지난해 한국에서 400억원, 세계적으론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화장품 1위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 '아닉 구탈' 인수를 놓고 협상중이다. 빠르면 이달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M & A를 계기로 럭셔리 향수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M&A는 올 초부터 전방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삼성전자는 올 1월에 네덜란드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 & D) 전문기업인 리쿠아비스타(Liquavista)를 전격 인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컬러 동영상 전자책 단말기와 투명 디스플레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됐다.
리쿠아비스타는 지난 2006년 필립스에서 분사한 R & D 전문기업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EWD(Electro Wetting Display) 원천기술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번 리쿠아비스타 인수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삼성이 차세대 기술확보 및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M & A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초 동남아시아 최대 스테인리스 회사인 태국의 타이녹스를 손에 넣었다.
타이녹스는 태국 유일의 스테인리스 냉연회사로 방콕 동남부의 라용(Rayong)공단에 위치해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을 연간 24만 톤 생산·판매한다.
포스코는 이번 인수를 통해 베트남에 소재한 포스코VST와 함께 동남아 수요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태국과 베트남 양대 시장을 단기간에 확보해 동남아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월 인도 남부 첸나이 항구 인근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용 보일러 제조업체 AE & E 첸나이웍스를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은 M&A를 통해 향후 자국 발전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인도에서의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글로벌 M&A에 있어 문화차이가 장벽이 됐지만 지금은 많은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을 확보했고,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졌다"면서 "또한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대다수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해외M&A를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피드가 중시되는 시대이다보니 글로벌 M&A가 효과적"이라면서 "당분간 이 같은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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