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한국인에게 꼭 맞는 클럽을 만들 때까지…."
사무실이 생기 넘치는 분위기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환대, 어떤 새로운 시도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재호(51ㆍ사진) 클리브랜드골프 사장의 힘이 느껴졌다. "골프가 사업이자 인생"이라는 신 사장은 골프클럽에 이어 또 다른 도약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 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을 찾았다.
▲ 아르바이트생으로 출발하다= 198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던 신 사장은 뉴저지에서 골프용품매장 프랜차이즈인 뉴욕골프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모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골프와의 첫 인연이었지만 결국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신 사장은 "한국에서도 골프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는 생각에서 곧바로 귀국해 시장조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골프용품시장은 밀수 등 불법 거래가 워낙 많아 제대로 된 유통구조를 갖추기에는 시기상조였다. 1994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오히려 클럽과 유통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유통 경험을 살려 미국 브랜드를 직접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 1997년부터는 클리브랜드의 문을 두드렸다.
신 사장은 "그 때만 해도 국내에서의 아이언세트는 3번부터 웨지까지 풀세트 개념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웨지시장이 따로 형성되는 등 특화가 대세였다"면서 "클럽이 짧을수록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곧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2005년에 공식수입원 계약을 맺고 절친한 친구이자 당시 골프용품총판 사업을 하던 신두철 현 제이디골프 사장과 함께 회사를 만든 까닭이다.
시간은 걸렸지만 신 사장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국내 골퍼들 역시 특화된 웨지를 원했고, 클리브랜드는 곧바로 '넘버 1 웨지'의 아성을 구축했다. 2008년 일본의 던롭과 스릭슨을 보유한 SRI스포츠가 인수한 뒤 2009년 귀국해 직접 운영을 맡기 시작한 신 사장은 "클리브랜드가 미국의 기술력에 소리 등 감각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감성 연구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 직장은 '스트레스프리'= 신 사장의 경영철학은 '즐거움'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으면 일이 재미없기 마련이고,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직원의 근무 만족도는 결국 회사의 운명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그래서 사장실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고, 언제든지 목소리 높여 대화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신 사장의 '자율 경영'도 독특하다. 모든 부서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테두리 내에서는 업무 스케줄이나 진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책임감도 커질 뿐더러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보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애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신 사장의 지론이다. 처음에는 실수도 있지만 직원 간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오류는 곧 줄어든다.
올해는 특히 사업을 확장하는 원년이다. 가을부터 골프웨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봄부터 일부 품목에 한해 선보이던 의류를 다양화해 제대로 모습을 갖춘 의류브랜드로 확대한다. 신 사장은 "국내 유수의 골프의류를 만들었던 최고 실력의 디자이너들로 새 팀을 꾸렸다"면서 기대치를 부풀리고 있다. 올해 안에 30개의 대리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 한국인만을 위한 클럽 개발돼야= 신 사장의 공식 핸디캡은 4,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고수'다. 골프사업가로서는 그러나 "아직 절반도 못 왔다"는 스스로의 평가다. 신 사장의 마지막 목표는 한국인의 체형과 기후,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잔디 습성에 맞는 '한국인의 골프채'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데 유독 골프와 접목된 기술만이 미약하다"는 신 사장은 그래서 "토종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클럽디자인센터가 꼭 생겨나기를 기대한다"면서 "섬세한 한국인의 손재주가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클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덧붙였다.
신 사장은 "골프는 플레이든 사업이든 규칙이 중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자신이 심판인 스포츠는 골프 밖에 없지 않느냐"는 신 사장은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룰과 룰을 바탕으로 한 즐거움, 골프는 다시 말해 '즐거움'과 '룰' 사이의 균형이 어느 하나도 깨지면 안 된다"면서 "골프산업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룰을 지키는 이상적인 경쟁을 거듭해야 파이도 커지고, 한국골프산업도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은정 기자 ejson@
사진=이재문 기자 m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