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슈퍼가격 50원, 100원단위 책정
일부 편의점 10원 잔돈 없는 경우도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커피음료를 사고, 현금으로 2000원을 냈다. 통신사 카드가 있으면 15% 할인이 된다고 해서 카드도 함께 제시했다. 결제금액은 1020원. 거스름돈 980원을 받아야하는 A씨는 점원에게 "10원짜리 잔돈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잠시만 기다리라며 동전을 바꿔오려는 종업원의 말에 그냥 950원만 받고 돌아섰다. 할인을 받고도 찝찝한 기분이다.
편의점에서 10원짜리 동전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부터 시나브로 사라지기 시작한 10원짜리 동전이 최근들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찾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원'동전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 편의점 업체들이 가격을 50원, 100원단위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받는 고객들도 불편하고, 계산하는 점원들도 불편하다는 논리다. 이렇다보니 편의점에서 10원짜리 동전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 편의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의 세븐일레븐 운영자는 "제품 가격이 전부 50원이나 100원단위로 정해져있다"며 "10원 동전을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편의점의 계산대 동전함에는 10원짜리 동전은 10개 남짓밖에 없었다.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근의 훼미리마트 운영자는 "어쩌다 통신사 제휴 할인카드를 제시하면 10원단위 잔돈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마다하는 손님들도 심심찮게 있다"고 귀띔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드사용이 늘어나고, 휴대폰 결제나 버스카드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도 증가하면서 10원 동전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며 "일부러 10원단위로 가격책정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협의해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50원, 100원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편을 겪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꼬박꼬박 할인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스름돈을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한 편의점 이용자는 "편의점 점원의 불필요한 짜증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이 인상될 때 다른 소매업체에 비해 가격 인상폭이 커진다는 것도 문제다. 50원단위로 가격을 맞추다 보니 오히려 가격을 높게 책정하게 되는 것. 전국에 1만7000개 정도로 골목 곳곳에도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이 서민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다소 높을 수도 있지만 인상률을 감안해서 큰 차이는 없다"며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24시간 운영되는 만큼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