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나비는 그 날개를 펴기까지 힘겨운 환골탈태를 경험한다.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SK도 창립 이래 두차례의 환골탈태를 경험하며 국내 4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밑바탕엔 바로 '인수합병(M&A)'가 있다.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로 SK가 새로운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이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계획을 내놓자 주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1980년 유공을 인수하며 단번에 우려를 불식시켰다.
SK는 단번에 국내 5대 그룹으로 뛰어올랐고 SK는 석유정제에서부터 섬유 생산까지 석유화학 부문을 일찌감치 수직계열화할 수 있었다. 종합 에너지ㆍ종합 화학기업으로의 과감한 변신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유공을 인수하며 얻은 자신감은 그로부터 14년이 흐르고 또다른 변신으로 나타나게 된다.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당시 정치적 이유 때문에 깨끗이 단념하는 대신 최 회장은 M&A를 선택했다.
공기업이던 한국이동통신의 지분 23%를 공개입찰에 참여해 4300억원에 인수한 것. 유화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정보통신에 눈을 돌린 최 회장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SK는 1999년 신세기통신까지 인수하면서 이동통신의 강자의 자리를 20여년간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통신시장 정체와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눈을 돌린 이유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SK텔레콤의 유무선 통신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버지(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최태원 회장 역시 M&A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하이닉스 인수에 힘을 싣고 있다.
'따로 또 같이' 경영을 강조해왔던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M&A라면 환영해왔다. 지난해에도 SK네트웍스는 브라질 철광석업체 MMX를 8000억원에 사들였고, SK는 케이파워를 인수했다. SK네크웍스도 제주 핀크스리조트의 주인이 됐다.
또 SK네트웍스와 패션업체 한섬의 M&A가 추진될 전망이며, SK C&C와 SK케미칼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M&A로 그룹을 성장시켜온 SK이다보니 하이닉수 인수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SK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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