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부실에 참다못한 미국 금융감독 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데다 위법행위를 적발한다고 해도 제재에 한계가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규제기관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공개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들의 상장실태에 대해 공동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당국의 조사는 상당수 중국 부실기업들이 ‘역상장(Reverse Merger)’이란 편법으로 입성한 것에 집중됐다. 비상장사가 껍데기만 있는 상장사를 인수하는 우회상장으로 기업공개(IPO)에 필요한 재무제표 등 요건의 검증을 회피할 수 있어 회계·법률 등 비용이 적게 든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59개 중국 기업들이 이같은 편법으로 상장됐으며 일부는 주식을 헐값에 매입해 허위정보 등으로 폭등시킨 뒤 팔아치우기도 했다.
조사 결과 회계부실이나 횡령 혐의를 의심받은 업체 20여 곳이 거래가 중지됐으며 이들 기업의 회계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과 상장을 도운 주간사까지 견책됐다. 이에 최근 몇 개월 간 뉴욕·토론토·홍콩 등 세계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가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감시와 조사가 쉽지 않으며 적발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통 미국의 경우 SEC가 조사에 나서면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업체까지 소환장을 발부하고 수사당국의 지원 아래 기업 이메일·문서·참고인·기타 재무관련 기록까지 모조리 조사한다.
그러나 해외 기업의 경우 SEC의 소환장 발부가 불가능하기에 해당국 감독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SEC는 차이나위차이인터내셔널의 재무 조사 과정에서 중국 감독당국으로부터 자료를 인수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과 조사 지연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SEC가 부실기업의 부정행위를 증명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SEC는 지난 2006년 차이나에너지세이빙테크놀로지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상장폐지 조치와 법원으로부터 3400만달러의 벌금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아직까지 벌금을 거두지 못했다.
부실 중국기업들의 회계감사를 맡은 업체가 중국 현지에 있는 경우도 많아 당국을 애먹이고 있다. 회계감사 부정을 적발한다고 해도 중국까지 건너가 제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감사법인이 뒤늦게 중국 업체들의 회계부실을 발견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제임스 도티 PCAOB 위원장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실효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 보호에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로펌 DLA파이퍼의 페리 위너 파트너는 “미국 감독당국은 사실상 '종이 호랑이'나 다름없다”면서 “조사가 국경을 넘는 순간 수많은 법적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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