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지난 2일, 대학생 전현수(23)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로에 있는 파리바게뜨를 찾았다. 8500원짜리 팥빙수를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더니 비싸졌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무심코 인근의 다른 파리바게뜨 매장의 팥빙수 가격을 살펴본 순간, 그는 '바가지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매장에서는 같은 팥빙수를 6000원에 팔고 있는 것.
이처럼 같은 지역에 있는 동일한 브랜드의 팥빙수라도 가격은 제각각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용산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팥빙수는 4500원, 녹차빙수는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LS타워 아케이드에 위치한 파리바케뜨는 팥빙수와 녹차빙수의 판매가격이 모두 5000원으로 동일하다.
혜화동에 위치한 파리바게뜨들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 인근, 대학로 중심거리, 한성대입구역 등 상권에 따라 같은 파리바게뜨 팥빙수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최소 500원에서 최대 250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 입장들은 당연히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같은 파리바게뜨라도 가격이 서로 다른 걸까.
이는 대부분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매장이 가맹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이들 가맹점은 개별 점주들이 사장이다. 따라서 이들 점포들은 점주 재량껏 권리금, 월세, 인건비, 관리비용 등의 부담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사가 A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500원에 제시해 납품하면 B점주는 200원을 더한 700원에 팔고, C점주는 두 배인 1000원에 파는 식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전국 2900여개의 매장 중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매장은 30여개다. 뚜레쥬르의 경우도 전국 1400여개 매장 중 직영점이 30개가 채 안 된다. 이들은 가맹점포에 권장소비자가격을 제시할 뿐 일괄적으로 'A제품은 얼마에 판매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각 가맹점끼리 가격을 같이 할 경우 오히려 담합으로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 인건비, 상권 등은 물론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매장별로 원료와 요리법이 각 매장마다 다르다"며 "이 때문에 각 매장마다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뚜레쥬르 관계자 역시 "본사에서 각 점주들에게 같은 가격을 고지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다만 권장소비자가격을 제시해 말 그대로 '권장'하고 있으며 최종 판매가격은 각 점포 에서 점주들이 재량껏 결정하기 때문에 매장마다 팥빙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들은 본사 차원이든 점주 재량 차원이든 같은 회사의 제품을 같은 동네에서조차 다른 가격으로 사먹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