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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리더십] 하버드·스탠포드 '정몽구 성공DNA'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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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일근천하무난사'...특유의 근면함
"품질만큼은 절대 양보 없다"...절대적인 집요함
정신·교감 강조하는 동양적 리더...'농부형 리더'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경영학의 산실' 하버드대학에서도 마이클 포터 교수(경영대학원)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꼽힌다. '기업 경영 전략의 대가' '경영학의 구루' '국가 경쟁력 연구의 권위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이를 입증한다.

경영 전략의 최고 권위자인 그가 80년대부터 펴내온 ▲경쟁전략 ▲경쟁우위 ▲국가경쟁우위는 경영 부문의 바이블로 여전히 추앙받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와 사회의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가치 공유 경영론'을 들고 나와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른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그런 그가 요즘 각별히 눈여겨보는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그저 그랬던 차'가 올해로 미국 진출 25년만에 '명품 반열'에 오른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극적으로 비쳤던 모양이다.

포터 교수는 조만간 하버드 경영대학원 케이스 스터디로 현대차의 성공 스토리를 다룰 계획이다. 이 케이스 스터디를 함께 준비하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대ㆍ기아차 사외이사)는 "현대차의 놀라운 성장이 하버드대에서도 좋은 케이스 스터디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조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MK리더십] 하버드·스탠포드 '정몽구 성공DNA' 주목 2005년 4월25일 타임지(왼쪽)와 2010년 1월18일 포춘지가 정몽구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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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주목하는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앞서 2008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도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성공사례가 강좌로 다뤄졌다. 한 기업의 스토리가 필수과목 강좌로 소개된 것은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차가 처음이다. 당시 강연을 진행했던 윌리엄 바넷 교수는 "현대차는 다른 어떤 자동차 메이커들보다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영에 성공했다"고 치켜세웠다.


현대차그룹의 성장 드라마, 그리고 이 성공을 이끈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은 국내 학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교수(경영학부)는 "최근 국내 대학에서도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도 "현대차가 성장한 것에 비하면 정 회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며 "그의 리더십은 학회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덧붙였다.


따지고 보면 정 회장과 비슷한 리더십을 갖춘 글로벌 경영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당진제철소를 세워 소재, 부품, 자동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철학을 가졌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와 견준다.


한편에선 지난 해 최고 실적을 거둔 공통점으로 폭스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과 비교한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들과는 또 다른 혁신 경영으로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이룩한 정 회장의 리더십을 대서특필했다. 포브스와 포춘지도 "정 회장이 현대 기아차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혁신에 성공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공적 혁신론'을 설파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혁신적 리더십'은 결국 피터 드러커의 '성공적 혁신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유수 언론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정 회장의 혁신적 리더십은 본질이 무엇일까? 여기에는 특유의 근면함과 집요함, 직감과 통찰력, 혜안과 연민 등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의 근면함은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좌우명에서 잘 드러난다. 지금도 새벽 5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나 6시쯤이면 양재동 사옥에 출근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결코 이탈하지 않는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한가롭게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하는 법이 없다. 그에겐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셈이다.


'현장 경영'도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다. 1970년 나이 33살 때 현대자동차 서울사무소 과장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현장의 중요함을 체득한 이후 지금까지 40년 넘도록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 임원은 "회의를 하다가도 갑자기 헬기를 타고 남양연구소로 날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장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동양적 사고, 토속적 리더십
정 회장이 버릇처럼 되뇌이는 "품질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품질 경영'으로 포장된 그의 집요함을 잘 대변한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대목에서는 품질을 향한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계열사의 한 고위 간부는 "정 회장은 간부 회의든 생산 현장이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품질을 강조한다"면서 "그런 집요함이 아니었으면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 회장의 용병술도 남다르다. 일각에선 인사가 즉흥적이라고 지적하지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측근들은 직감과 통찰력,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의 고위 임원을 지냈던 한 퇴직 인사는 "대개의 인사가 몇주 또는 몇달 전부터 고심한 끝에 이뤄진다"며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결국 옳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소탈하고 연민의 정도 깊다. 김승년 전 구매총괄사장 빈소의 일화는 그의 인간적인 면면이 잘 드러난 사례다. 지난 해 7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김 사장의 빈소를 정 회장은 두 번이나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새벽 출근길에 빈소를 찾아 조문한데 이어 퇴근길에 다시 들러 영정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충직한 부하 직원을 잃은 안타까움을 굳이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측근은 "정 회장의 투박한 말투에는 종종 유머가 녹아 있다"며 그의 절제된 감정속에 내포된 해학을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기질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서구식 리더십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정신이나 교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동양적 리더십에 가깝다. 세련되지만 냉정한 서구식 리더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 특유의 혼(魂)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제 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개인적으로 겸손하지만 대외적으론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는 농부형 리더를 최고로 꼽았다. 거함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 회장의 혁신적 리더십이야말로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닐까.




MK리더십 특별 취재팀(이정일·채명석·최일권·김혜원·조슬기나 기자) MK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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