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올해 1분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은 80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7.6% 늘어난 28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란 국민총소득(GNI)에서 해외로 무상 송금한 금액을 제외하고 무상으로 받은 금액을 더한 것으로 실제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2.79배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2.83배를 제외하면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이는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최악의 수준이라는 뜻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은 2002년 1분기 2.22배로 처음 2배수를 넘긴 이래 2003년 2.47배, 2004년 2.34배, 2005년 2.39배, 2006년 2.51배, 2007년 2.63배, 2008년 2.64배, 2009년 2.83배, 2010년 2.76배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더해 실질 예금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데 반해 대출금리는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분기 순수저축성예금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예금금리)는 평균 3.5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4.5%를 뺀 실질 예금금리는 -0.92%를 나타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27∼6.57%로 고시해 지난주보다 0.10%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20일 현재 4.86∼6.30%와 5.16∼6.56%로 지난주 초보다 각각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예금이자는 없이 대출이자만 불어나는 가운데 빚 갚을 능력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가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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