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의 23조원짜리 브라질 고속철(TAV) 건설사업 참여에 파란불이 켜졌다. 입찰 조건 변경으로 사업성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최대 건설사인 오데브러쉬(Odebrecht)가 최근 7월11일로 예정된 브라질 고속철 사업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고속철 사업 수주경쟁이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데브러쉬는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 다른 경쟁국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일단 복수의 컨소시엄이 경쟁해야 한다는 입찰의 전제 조건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단 관계자는 "오데브러쉬의 참여 선언으로 일단 입찰이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졌다"며 "다만 참여 컨소시엄들의 준비 작업을 위해 45일 가량의 입찰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늦어도 오는 8~9월에는 고속철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입찰 조건도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고속철도 한국사업단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가 입찰이 무산됐던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의 입찰 조건을 상당 부분 수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한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입찰 예정국의 컨소시엄은 브라질 정부에 입찰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최근 국내 민간 기업들은 브라질 고속철 사업비가 40조~50조원으로 예상치보다 2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결론 냈다.
예상대로 입찰 조건이 변경되면 한국 사업단은 원점부터 경쟁국 컨소시엄과 치열한 수주전을 재개할 방침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의 새 조건이 나오면 이에 맞는 최적의 컨소시엄과 수주 전략을 마련해 치밀하게 준비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건설 등 브라질기업과의 협력 MOU 체결에 주력하고 국내 건설사 섭외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채산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꺼렸던 대형건설업체들도 입찰 조건 변경에 따른 수익성 분석 작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 4월 현대엠코·코오롱건설·한신공영·삼환기업 등 4개사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건설사가 발을 뺀 대신 현대건설· 삼성물산·포스코 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이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들 대형 업체들은 최근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브라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중남미 다른 국가의 고속철 사업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 고속철은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를 잇는 511㎞ 구간에 건설되며, 사업비만 331억 헤알(약 22조 6000억원)에 이른다. 한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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