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은 '옛말'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 발굴 강조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값싼 노동력은 옛말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에서 성공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올해는 SK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시험대로 중국을 지목하고 만리장성 공략에 나선 지 21년째다. SK는 지난 199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푸젠성에 비디오테이프 공장을 설립하며 중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중국의 미래를 앞서 내다보고 뛰어들었던 SK는 현재 13개 계열사가 중국 전역에 98개의 법인과 23개의 지사를 두고 39개 거점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중국 공략을 위해 지난해 베이징에 설립한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는 오는 7월 1일이면 1주년을 맞는다. 지난달에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서부 사업 전체를 총괄할 기지인 서부 총사무소도 세웠다.
중국식 비즈니스를 위해 올해 전격 투입된 리난팡 SK차이나 대외협력 수석부총재는 "중국은 변했다. 현지화 경영을 기반으로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차별화해야만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선 중국은 그 여파로 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증과 과도한 유동성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했다. 빠른 인건비 상승세로 값싼 노동력의 매력은 사라져가고 있다.
리난팡 수석부총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과거 우리가 알던 중국은 더이상 '오늘'의 중국이 아니다"며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 사업의 콘트롤타워인 'SK차이나' 설립 1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경제 계획을 담은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비즈니즈 기회가 많아지지만 리크스 요인도 같이 증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소재, 신에너지, 환경사업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전개가 용이해 진 것과 더불어 퍼스널 미디어 증가 등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단기적인 현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중국식 비즈니스를 위해 모든 것을 중국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SK차이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최태원 회장의 오른팔격인 박영호 총재(부회장)가 선봉에 서고, 그 밑에 화학(차화엽), ICT(오세현), 석유(최병향), 유통·물류(장종현), 도시개발(순즈창), 기획·재무(한문기), 대외협력(리난팡), HR·기업문화(길인, 장아이핑), 연구소(왕윤 종) 등 각 사업 및 지역개발을 담당하는 10명의 수석부총재가 수평적인 구조를 이룬다. 중국 현지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해 사업 개발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석유화학과 유통물류 등 사업 기회가 있는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도시개발 등의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추진을 동시에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리난팡 수석부총재는 기존 에너지·통신 등 기존 SK가 강점을 가진 비즈니스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 맞춰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소비재 공략 등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차이나는 현지인 채용을 크게 확대하고, 중국에 인재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5200여명에 이르는 현지인력중 한국인은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인력의 약 97%가 중국인이며, 중국인 임원 비중도 20%에서 30%까지 끌어올렸다. 뼛속부터 현지화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다. 최 회장은 한달에 1~2번 이상은 전용기를 타고 SK차이나를 방문해 사업을 점검한다. 잦은 방문으로 근거리에 자택을 둔 최 회장에게 중국은 더이상 출장지가 아니다.
현지 인력 채용 확대는 '필요한 인재를 필요한 영역에 쓰겠다'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무조건 중국인의 비율만 높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현지 시장이나 CR(고객응대)에 전문성을 보이는 인재는 현지에서 채용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재들은 한국에서 파견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SK차이나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중국인 채용 비중이 높은 SK는 지난 2007년 SK아카데미 중국 분원을 설립했다. 채용한 인력을 대상으로 SK 연혁, 경영철학, 문화차이 등 전반적인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재정립하기 위해 다문화 융합을 위한 SKMS를 개발하고 있다.
-SK의 주력사업인 에너지·통신 사업이 중국의 규제로 성장속도가 더디자 최근 소비재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과 그동안의 성과는.
▲올해 SK차이나의 과제는 크게 기존 비즈니스 성과 극대화와 중국형 신규 비즈니스 발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SINOPEC)과 손잡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50만평 부지 8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 공장(나프타 분해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 생산규모는 한국 울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SK가 합작으로 공장을 짓고, 시노펙 계열인 우한정유가 원료인 나프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공장은 중국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중국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개질 아스팔트 생산 및 판매는 지난 2005년 8100만 위안에서 작년 2억1700만 위안으로 증가했으며, 방향족·탈방향족 용제 생산 판매의 시장 점유율이 2009년 20%에서 작년 25%로 확대됐다. 지난 2009년 6월 합작으로 시작한 조장 석탄 가공 아로마틱 제품 생산공장은 2009년 말 공장가동율 43%에서 91%로 정상화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유통물류 사업은 심양 객운참과 패션 사업이 대표적이다. 심양 객운참은 버스터미널, 상가, 오피스 등 복합 빌딩의 건설에서부터 분양 및 운영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로 작년 말 운영을 개시했으며 6개월만에 이용고객수가 1억명을 돌파(1억 2000명)했다. 패션 사업의 경우 2009년 새롭게 진출한 오즈세컨과 오브제 브랜드 매장 숫자가 2작년 29개, 올해 45개로 증가 추세에 있다. SK차이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으며, 오는 2015년 약 863억 위안(RMB)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리난팡 수석부총재는 SK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간산업 위주로 돼있기 때문에 외자기업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중국 정부의 규제 장벽 등으로 사업 추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사업은 지속 추진하되 중국에서는 중국의 관점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경영환경에 따라 늘 변화해 생존을 모색하고 진화 발전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론이다.
베이징=특별취재팀(박성호·서소정·조슬기나·이창환 기자)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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