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 특별계정 운용 연장, 예보채 발행 놓고 고심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시급한 것은 도려냈지만, 하반기가 더 걱정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올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자금마련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 돈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주도의 특별계정을 통해 사태해결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검찰수사 과정에서 총체적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추가 자금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예보에 마련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대략 15조원에 달한다. 은행과 보험사 등이 내는 1년치 예보료의 45%와 저축은행 예보료 100%로 7100억원 정도가 확보된다. 김 위원장은 이를 활용해 최대 15조원을 조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현재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을 정리하고 나면 이 돈은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화저축은행 정리 자금과 현재 매각 중인 부산계열, 도민, 보해 등 7개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 가지급금 등으로 4조9000억원 가량이 빠져 나갔다. 부실저축은행이 매각될 경우 인수자에게 순자산 부족분을 현금으로 내줘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당초 6조원 정도로 파악됐지만, 부실이 늘어나면서 최대 10조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프라임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악재만 터지면 고객들이 예금을 빼내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추가 부실에 따른 가지급금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금으로 조성되는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 문제는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 사안으로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며 "예보와 여러가지 자금 마련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예보 특별계정을 통한 차입금 상환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보법 개정안은 특별계정 운용을 오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매년 1조원 꼴로 차입금 원리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도록 했다. 예보 관계자는 "상환기간을 5년 늘리면 차입금을 5조원 정도 더 늘릴 수 있다"며 "금융권이 매년 지불하는 예보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상환 기간 동안 상당 부분 자금 회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만 이뤄지면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보증 예보채 발행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보가 시중 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을 대상으로 5조원 정도의 예보채를 발행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인데 금융권이 채권 인수에 미온적인데다 재정자금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세미나에서 "8개 저축은행을 정리, 급한 불은 껐지만 하반기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확고하게 연착륙을 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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