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사회 전반적으로 동반성장이다, 상생이다 외치는데 사실 이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인정하는 꼴 아닙니까. 동반성장이란 구호가 필요없을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가야죠."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리더스포럼의 주제는 단연 동반성장이었다. 기조강연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맡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소기업인 600여명도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 최근에 대기업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예전에는 거래하고 있는 대기업과 납품단가의 '납'자를 꺼내기도 힘들었는데 이젠 서로 대화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분위기가 많이 변한 만큼 앞으로 더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산업계 내부에서는 물론 정부도 나서 동반성장을 외치는 상황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이도 있었다. 안타까운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대기업이 그만큼 중소기업을 쥐어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기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반성장'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상황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기업생태계를 주제로 강연을 맡은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시장은 자발적인 교환이 핵심이며 이게 계약이라는 법적 수단에 의해 이뤄지고 사법인 계약법으로 보호된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인식이 부족해 공법인 공정거래법에 따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마저도 부족해 수위탁 기업간 거래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하도급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로 있는 규정이란 거래상 지위남용을 제한하는 법으로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이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는 독특한 규정이다. 이보다 한발 나아간 하도급법까지 만들었음에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소기업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처럼 동반성장과 상생을 소리높이고 있다는 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동반성장이 우리 주위의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어져야 한다는 데 중소기업인들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아직 중소기업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개선도는 미흡하지만 산업계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진정한 동반성장을 위해 이제 중소기업인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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