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최근의 부진한 주택시장과 국내총생산(GDP), 높은 실업률로 미국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시사주간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인터넷판은 주택가격 하락과 높은 실업률이 미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가솔린 가격 하락과 제조업 활성화 등으로 향후 경기 전망을 낙관해도 좋다고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해도 좋은 이유를 5가지로 들었다.
◆더블딥이 현실화한 것은 아니다=미국의 GDP 성장률은 1.8%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래 사라진 일자리는 별로 없다. 더욱이 지난달 발표된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미국의 문제만으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일본의 대지진으로 공급망이 붕괴돼 미 경제성장률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일본의 산업생산은 대지진 이후 15.5% 급락했다 지난 4월 1% 증가로 반전했다. 일본이 대지진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메릴랜드 대학 경제학과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인포럼’의 제프 월링 소장은 “대(大)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캐런 다이넌 부소장도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기회복이 느리지만 모든 부문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나타난 게 최근의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라고 거들었다.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2001년 급감했던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1년 6개월 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09년 12월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는 1140만 개로 최악을 기록했으나 이후 2011년 5월까지 23만8000개가 늘었다.
월링 소장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같은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며 “이는 건설·채굴 장비 같은 생산설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산업이다. 2009년 6월~올해 5월 자동차 산업에서는 일자리 11만3200개가 늘었다.
◆가솔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지난달 갤런(약 3.79ℓ)당 4달러(약 4300원)에 육박했던 가솔린 평균 가격이 현재 3.77달러로 떨어졌다. 가솔린 도매와 원유 가격도 지난 4월 이래 계속 하락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더 떨어지리라는 전망까지 나들고 있다. 기름 값이 떨어지면 가계 부담은 크게 줄 것이다.
◆부채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금융위기 이전 미국이 안고 있던 주요 경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가계 부채였다. 많은 가구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허덕였다. 경기 침체기 내내 많은 가정이 대출을 줄이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그 동안 부채가 급감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임금 수준에 변함이 없지만 가처분소득은 늘었다. 다이넌 부소장은 “소득 대비 채무 지불 비율이 14%에서 12% 미만으로 줄어 결국 월간 소득이 2%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가계는 소비를 자제해왔다. 주택 매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다이넌 부소장은 “가처분소득이 좀 늘면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거나 임대료가 싼 공동 주택에서 살던 이들이 주택을 매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요즘 중국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14.1% 높아졌다. 정부, 외국인 투자기업 등 비사유(非私有)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은 13.5% 증가했다. 월링 소장은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외국 제조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대(對) 중국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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