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유력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지지를 부탁했지만 중국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라가르드 장관이 8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고위 경제관료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지만 중국측은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8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 오찬을 가진 뒤 양제츠 외교부장, 왕치산 부총리를 오후에 만났고 9일에는 셰쉬런 재정부장과의 오찬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달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라가르드 장관이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중국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수요일 라가르드 장관을 만난 중국 고위급들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라가르드 장관과 회동한 뒤 “라가르드 장관으로부터 IMF 총재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귀기울여 들었다”고만 밝혔다. 그는 “그녀 외에도 여러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장관은 왕치산 부총리와 만나 “중국의 지지를 공식 요청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자신의 출마 동기를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라가르드 장관과 왕 부총리가 프랑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국제 금융기구 개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총재가 성폭력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자 후임을 놓고 유럽 선진국들과 신흥시장 개도국 진영은 신경전을 벌였다.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이 IMF와 세계은행 수장 자리를 독식해 왔다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영향력이 커진 신흥국에서 IMF 총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럽 주요 국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 IMF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유럽이 단일후보로 밀고 있는 데다 미국까지 공식적인 지지에 나서면서 이미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기에 사실상 당선이 유력하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라가르드 장관이 직접 신흥국을 순방하는 글로벌 투어에 나섰다. 라가르드 장관은 앞서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총리 등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지만 표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고 브라질에서도 구체적인 지지의사를 얻지는 못했다.
WSJ는 라가르드 장관이 처음부터 중국의 즉각적인 지지를 예상한 것은 아니며 중국이 결국지지를 보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계자들이 밝힌 것은 단지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 뿐이었다.
에스와르 파사드 전 IMF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라가르드는 투표율에서 다수를 확보한 상태지만 핵심 신흥시장국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은 IMF 총재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10일에는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아프리카개발은행(ADB) 커퍼런스에 참석해 아프리카 개도국 관계자들을 만난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로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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