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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보이' 연준석 - 17세 중견배우, 주연을 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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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보이' 연준석 - 17세 중견배우, 주연을 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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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시작은 다른 아역배우들과 같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열 살 때, 연준석(17)은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전신 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어머니는 아들 사진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한 대형기획사는 팔과 다리가 유별나게 긴 소년 사진을 보고 그에게 연기자 제안을 했다. TV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게 신기했던 10살 꼬마는 이렇게 프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다.

연준석. 1995년생으로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 소년이지만 올해로 벌써 연기 경력 8년 차에 접어든 중견급 연기자다. TV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매체도 두루 경험한 연준석이 시청자들의 눈을 확실히 사로잡은 작품은 이승기·한효주 주연의 TV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이었다. 극 중 한효주가 연기한 여주인공 고은성의 동생인 은우로 분한 연준석은 ‘말아톤’의 조승우를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자폐아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고은성 역 배우가 실제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냐는 말을 해댔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 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은우가 내는 일거수일투족은 자폐아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연기 교육을 단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소년에게서 나올 법한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동물적’인 타고난 연기였다.


'굿바이 보이' 연준석 - 17세 중견배우, 주연을 꿰차다

지난 주말 개봉된 영화 ‘굿바이 보이’(감독_노홍진)에서 연준석은 연기자 인생 최초로 극을 이끄는 ‘원톱’ 주연으로 등장한다. ‘굿바이 보이’는 군사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암울했던 1988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중학생 진우가 소년에서 남자로 접어드는 고통스러운 성장의 이야기다. 폭압적인 가부장이 지배하는 일그러진 가족사를 통해 1980년대의 비틀린 한국 근대사를 되새기는 ‘굿바이 보이’에서 1980년대를 경험한 적 없는 연준석은 그냥 진우의 입장이 되기로 했다. 자신 주변 모든 것에 궁금증을 품은 소년인 진우는 현실에 찌든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순진무구한 면이 강한 캐릭터다. 다른 시, 공간에 위치한 아이였지만 진우가 어느 정도는 연준석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극 중 묘사되는 시대 상황이 특히 그랬다. 전투경찰이 시위 여대생을 곤봉으로 내려쳐 죽이는 장면이나, ‘박철순 사인이 새겨진 이만수’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구타를 일삼는 신문보급소장 일화는 연준석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 였다. 조다쉬 청카바, 본드, 가스, 최루탄 등 1980년대를 상징하는 극 중 장치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준석은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입에 잘 붙지 않았지만 최대한 심각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대사를 했다. 자신이 말하는 대사보다는 상대방이 말하는 대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더 집중했다. 효과적이었다. 주변 상황에 전혀 관심 없는 양 무심하게 흘러가는 연준석의 목소리와 연기는 교묘히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


'굿바이 보이' 연준석 - 17세 중견배우, 주연을 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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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보이’의 촬영은 2009년 12월부터 그 이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겨울에 진행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한 현금 4억 원과 현물 2억 원 등 총 6억 원의 제작비가 든 저 예산 영화 ‘굿바이 보이’의 촬영 현장은 녹녹하지 않았다. 3개월 내내 아침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촬영이 반복됐다. 연준석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은 영화 속 장면은 진우가 폭력적인 신문보급소장에게 대들며 야구방망이를 내리치는 장면이다. 진우의 감정 변화가 최고조에 달한 ‘굿바이 보이’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지점이지만, 정작 연준석은 ‘춥고 피곤하고 졸리고 배고팠어서’ 어떻게 이 장면을 끝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연준석도 이제 진우처럼 ‘굿바이 보이’할 시점이다. 그저 ‘탤런트’를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이 신기했던 소년 연준석은 촬영장에서 자신이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씩 느끼며 성인 연기자의 출발점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연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의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낀다. 연준석은 조인성과 유승호의 ‘끝장’ 외모를 보면 주눅이 들기도 하고, 양동근이나 나탈리 포트먼(‘레옹’ ‘블랙 스완’)의 천부적인 연기력에는 기가 죽는다. 공교롭게도 그가 언급한 배우 조인성과 유승호, 양동근, 나탈리 포트먼은 2011년 현재 연준석이 경험 중인 고민을 이겨내고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람들이다. 이미 연준석도 그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권윤성(ATLASPRES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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