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취임식 하루 뒤인 3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일 먼저 '현장'으로 갔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경제 정책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민과 시장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통과 현장 확인, 팀워크, 일관된 정책"을 그 출발점으로 꼽았다.
이날 박 장관이 택한 곳은 중소기업 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 세상' 백화점. 지난 1999년 문을 연 이 곳은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박 장관은 "첫 방문지를 정하며 다섯 곳을 검토하다 중소기업 물품을 파는 여길 택했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는 먼저 "중소기업은 국민 경제의 뿌리이자 허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척추가 바로서야 국민 경제가 바로선다"면서 "열정과 아이디어로 우뚝 선 분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다.
물가와 일자리의 해법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런 시스템을 널리 알리고, 안 되는 부분과 문제점들을 보완하면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창의적인 물가잡기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백화점에서만 1200명이 근무한다"며 "이런 모델이 확산된다면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과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한결 같이 '판로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박윤서 멀티씨에스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판매 수수료를 40%씩 물리고, 결제 대금도 납품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준다"며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충남체인 이재철, AP홈 박혜경 대표도 "통합 물류센터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랜드 김성구, 파로마 가구 허성판 대표는 '상생'의 현주소를 꼬집기도 했다. 김 대표는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백화점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며 "상생, 상생 하지만 아직은 어렵다"고 했다. 허 대표도 "대기업 계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고도 불량한 자재를 주는 일이 있다"며 "공정한 룰"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기업인들의 건의에 "중소기업 생태계를 진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비어있는 건물이나 정부의 유휴지 등을 활용하는 창의적인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 "대기업 MRO 문제 역시 동반성장위원회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