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양낙규 기자, 이지은 기자]정부의 전관예우 근절방안으로 4급 이상 직원까지 취업심사를 받게 된 금융감독원은 공직윤리제도 적용 범위가 너무 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날로 세분화, 전문화되는 금융기법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 '직업 선택의 자유' 헌법 기본권까지 침해되는 상황에서 맨파워 부실화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 1600여명 가운데 4급 이상은 1300명 정도로 비율이 77%에 이른다. 4급은 각 실국부서 선임조사역에 해당하는 실무진으로 입사 후 5~6년 근속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입사 후 5년 정도 근무하면 이동의 여지없이 평생 근무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인력 정체 등 조직 관리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체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스스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금감원에 대한 채찍만 가해지고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등 다른 감독기관과 비교해 너무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금감원 한 조사역은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취업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는 처사를 보며 조직을 다독이는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강도 압박이 직원 업무의욕을 크게 저하시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금융회사와 유착통로라는 비판을 받았던 감사추천제를 폐지하는 등 조직쇄신안을 발표했다. 퇴직하는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로 재취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법규를 개정해 금융회사 재취업을 전면금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 직원에 대해 청렴도를 평가해 낮은 등급이 매겨진 직원은 비리발생 위험부서 근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공직윤리제도 대상에 포함된 산업은행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산은 관계자는 "출자기관에 감사와 주주권 행사 목적으로 임원을 파견하는 것을 전관예우, 낙하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면서도 "나름대로 후속작업을 준비해야할 것이며, 본인(임원)이 못 가면 대리인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내부에서도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책부서에서 일하다보면 방산기업과의 접촉이 빈번해진다"며 "진급이 되지 않아 제대할 경우 4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데, 유혹에 안 넘어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취업제한 범위를 늘리기보다 취업금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오히려 전역군인의 취업을 돕는 길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취업제한 대상자를 늘리기보다는 취업 제한 분야를 좀 더 자세히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항공기 관련 사업을 관여했다고 항공기 관련업체에 취업하지 말라고 하면 하청업체인 1000여개의 기업 어느 곳도 취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양낙규 기자 if@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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