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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성, LG에서 휴대폰 직접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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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2일 통신요금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이 앞으로는 제조사를 통해서도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통신비에서 단말기 가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휴대폰 유통 구조 개선으로 인한 출고가 인하 및 통신비 경감 효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삼성, LG에서 직접 휴대폰 산다'...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 제조사에서도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이통사를 통하지 않은 단말기도 개통이 가능하도록 단말기 식별번호 관리제도 개선 ▲단말기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지 않도록 출고가 등 유통현황 조사 ▲신규 가입하지 않은 중고단말기도 동일한 요금 할인을 적용받도록 단말기 구매방식과 상관없는 요금제 출시 유도 ▲'공짜폰', '무료폰' 등의 마케팅으로 요금 할인과 단말 할인 혼동하는 가운데 요금 가격, 단말기 가격 정확하게 고지하도록 제도 개선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강화로 인한 마케팅비 인하 유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말기를 제조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관련해 이달 중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유통 구조 개선을 포함한 통신요금 인하안으로 가구당 연 10만원 이상의 통신비 경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통업계 "썩 내키지는 않지만 큰 타격 없을 것"=이통업계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으로 휴대폰 판매 채널이 이통사 독점에서 제조사로 확대되는 만큼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통사에서는 "유심칩만 꽂아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휴대폰 도난과 분실이 높아질 수 있고, 제조사가 망 연동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휴대폰을 판매하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유통구조 개선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판매 채널이 순식간에 바뀌기는 어려운만큼 당분간 이통사 중심의 유통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휴대폰 유통 구조는 이통사가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사실 블랙리스트 제도로 전환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다를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서는 유통 구조가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 등 유통업계는 울상=반면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유통업계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활성화되면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종각역 지하상가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진원씨는 "판매점들이 늘어나면서 2년 전에는 한달에 200대 팔리던 휴대폰이 1년 전엔 100대, 지금은 60대로 줄었다"면서 "삼성, LG같은 업체까지 유통망을 확대하면 우리같은 영세업자들은 어떡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병일씨의 걱정은 더했다. 이씨는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낮추면 이통사도 휴대폰 가격을 낮추지 않겠느냐"며 "대리점에 보조금을 더 줘서 판매가를 떨어뜨리기보다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우리한테 넘길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점에서도 "일단 상황이 돼 봐야 알겠지만 나쁜 영향을 끼치면 끼쳤지 좋을 건 없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까=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으로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은 한 대에 80~9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해도 소비자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휴대폰 유통 구조가 바뀌어도 고가 스마트폰은 이통사를 통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사가 고가폰은 이통사로, 저가폰만 오픈마켓에 판매하는 등 판매를 이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유통 구조 개선이 나쁠 게 없지만 정부와 시장에서 (출고가 인하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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