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 비서관들이 모여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수석비서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20여명의 비서관들은 2시간45분간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 주제는 '성공적인 정부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었다. 침체된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일신하고, 집권 4년차를 맞아 정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한 주제였다. 토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반성'과 '자기성찰'로 흘러갔다. 4.27 재보선 패배와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불거진 대통령 측근의 비리사태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모두 답을 나 자신, 우리 자신에게서 찾자는데 공감한 것 같다"며 '반구저신(反求諸身)'이라는 한자 성어를 소개했다. 반구저신은 '중용'에 나오는 말로 '허물이 있으면 남의 탓을 하기보다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다'는 뜻이다.
임 실장은 이어 "우리 내부 소통의 시간을 더 갖겠다"며 "우리가 하는 일의 전달체계를 잘 살피고 최말단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지시했다. 또 "스스로 잘못된 것을 고치고 맞는 일을 할 때는 확신범이 돼서 국민에게 직접 정책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경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라" 등의 당부도 덧붙였다.
그는 또 "기계적인 조직은 한쪽이 고장나도 다른 쪽이 모르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유기적인 조직은 저쪽 끝이 상처가 나도 조직 전체가 아픔을 함께 느끼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며 "적극적인 관심과 공유가 되는 유기적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한 비서관은 "내 분야와 연관된 사람을 만나서 다른 주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잘 설명하지 못했다. 내 분야 이외의 주요 국정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공감할 수 있게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부처관료 출신의 비서관은 "내가 부처 조정관 역할만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부처 일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청와대 뜻을 부처에 전달하는 조정관 역할을 넘어 나만의 프로젝트를 갖고 좀더 진취적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이것이다' 하는 확신이 들면 자기 자리를 걸고 윗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과 관련해 "써보지도 않고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질타와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밖에 "우리가 하는 서민정책 등에 대해 진정성을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와대 내부는 물론 외부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정치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등의 발언도 나왔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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