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문학박사, 대전대 교수. 국민대 교양과정부 외래교수,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제4대), 여성부 자문위원, 커뮤니케이션 대상 심사위원, 한국사보기자협회 자문위원, 사보문화연구소장. <잘 가르치는 교수> 등 37권 저술.
얼마 전, 꼬마 곰이 동물원 우리를 탈출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꼬마 곰이지만 사람을 해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곰 잡이에 나섰다. 워낙 꽁꽁 숨어버려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결국 사람들이 설치한 우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어쩌다 ‘맞짱’ 상대도 안 되는 약한 인간에게 잡혔을까?
첫째, 곰의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그 다음 행동까지 예측해내는 인간의 탁월한 지능 때문이다. 둘째, 그 지능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도구들 때문이다. 셋째, 높은 지능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며 이뤄내는 조직적인 협력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지능, 다양한 첨단 도구와 그 사용 능력은 개인과 조직의 큰 경쟁력이다. 거기에다 그걸 다른 사람과 합치고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개인과 조직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이 ‘인간관계 능력과 소통력을 갖춘 신입사원’을 채용 조건 1위로 내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소통에는 ‘明’ ‘心’ ‘信’이라는 세 개의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첫 번째 패스워드는 明이다. 의사소통의 생명은 명확성에 있다. 축구의 패스처럼 사람과 사람의 소통은 절묘할 정도로 명확해야 빛이 난다.
명확하게 말하고 명확하게 듣고 명확하게 답할 줄 알아야 현대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 조직도 조직 내 구성원들이 상하좌우로 명확하고도 활발하게 소통해야 팀워크를 이뤄낼 수 있다.
두 번째 패스워드는 心이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읽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조직도 고객이나 구성원들이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세 번째 패스워드는 信이다. 앞의 明과 心이 소통의 ‘기술’이라면 信은 소통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향한 ‘믿음’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전화선 같은 것이다. 선이 끊어진 전화기에 어떤 메시지를 아무리 잘 표현해봐야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과 소통을 잘 하려면, 먼저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남이 어찌 생각하든 자신을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이 소통을 잘 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소통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불신하면 상대방도 그에게 담을 쌓는다.
그렇게 되면 서로 잘 안 보이는 구석이 생기고 그곳을 감시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결국 일의 속도는 느려지고 감시 비용도 늘어난다. 어떤 조직이 경영 속도가 느리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면 감시 인력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다른 사람을 믿어야 소통이 잘 된다.
나아가 다른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소통이 잘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길 때 소통을 시작한다. 인격적으로 진실하고 정직하고 합리적인 사람, 어떤 일을 확실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겨야 소통하고 싶어진다.
明, 心, 信은 소통의 문을 여는 데 꼭 필요한 패스워드다. 그 중에서도 信은 ‘공인인증서’처럼 필수적인 가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통으로 인해 엄청난 갈등 비용을 쏟아 내버리고 있다. 우리 가정, 학교, 직장, 사회가 信이라는 인프라를 좀 더 단단히 구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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