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직장인 윤대협(38)씨는 휴대폰 때문에 출퇴근길이 불편할 때가 많다. 지하철에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이메일을 열어보고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시선이 느껴져 괜히 신경이 쓰이고 거슬린다.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불편함도 함께 커졌다는 게 윤씨의 생각이다.
'보물창고'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사용자들의 편리함이 증대됐지만 동시에 사생활 침해에 따른 스트레스도 높아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사생활 보호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뭘봐!" 옆에서는 볼 수 없는 '시크릿 뷰'=팬택은 지난 19일 듀얼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정면에서만 화면이 보이고, 측면에서는 볼 수 없는 시크릿 뷰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를 공개했다. 4.3인치 크기의 대화면을 탑재해 주변의 시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생활 보호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이 기능을 이용해 휴대폰을 슬쩍 쳐다보는 사람에게 경고를 보낼 수도 있다. 시크릿 뷰 모드를 설정한 다음에 "뭘봐!", "냠냠" 등의 단어를 선택하면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단어가 화면 위에 뜬다. 옆사람의 휴대폰을 쳐다보던 사람이라면 "뭘봐!"라는 말에 뜨끔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시크릿 뷰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휴대폰을 사용한다면 사생활 보호 필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필름을 부착하면 시야각이 약 60도로 좁혀져 측면에서 볼 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 잃어버리면 원격 제어로 데이터 삭제=스마트폰을 분실했다면 원격 제어 서비스를 이용해 휴대폰에 잠금 기능을 설정하고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전부 삭제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업체 등이 관련 서비스 및 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될까, 누군가 정보를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SK텔레콤의 '스마트 키퍼' 서비스, KT의 'KT 모바일 보안', '노턴 모바일 시큐리티 앱 1.5베타', '스마트미' 앱 등이 이런 기능을 지원한다. 잠금 설정으로 안심이 안된다면 연락처, 문자메시지, 통화 기록, 인터넷 이용 기록 등 저장된 데이터를 선택해 지울 수도 있다. 위치 찾기도 가능하다.
◆위치 추적 '창'에는 추적 막는 '방패'를=부모님, 연인이 '오빠믿지'와 같은 위치 추적 앱으로 감시에 나선다면 스마트폰에 위치 정보를 교란시키는 앱을 설치해 맞불을 놓을 수 있다.
'어디게?'가 대표적인 앱이다. 앱을 다운로드받은 뒤 가짜 위치 정보를 지정하고, 지속 시간을 설정하면 상대방을 감쪽같이 속이면서도 위치 추적을 무력화할 수 있다. 위치 추적까지 해가며 구속하는 애인이 있다면 이 앱을 이용해 그나마 숨을 쉬면서 사는 게 가능하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ych me if u can)' 앱도 구속의 족쇄를 걷어내는 방법 중 하나다. 사용법은 어디게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연내 2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생활 보호 등 보안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앞으로 관련 서비스 개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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