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김에 '오락가락' 혼란만 초래..오늘 다시 '통신요금 인하안' 당정협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임선태 기자]"이동전화 가입비, 기본료 인하 추진하겠다"(3월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스마트폰 요금 비싸다고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싼 것"(4월4일 최 위원장)→"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무료화 방안 검토중"(4월13일 최 위원장)→"당 요구안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기본료 인하 및 가입비 폐지 검토해야 한다"(5월18일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5월23일 2차 당정협의)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안'이 한나라당과의 2차 당정협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하안이 정치적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혼란만 초래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 수장인 최위원장 조차 기본료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화 등의 발언을 통해 혼란을 부추긴데다 당정 협의과정에 TF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기본료 인하안이 불거지면서 당초 발표 일정이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특히 인하폭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통신요금 인하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해소보다는 정치인들의 입지 구축을 위한 장으로 면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 관계자와 통신 업계는 23일 오후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권고안과 함께 통신사들의 요금인하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기본료는 처음부터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측에서 기본료 인하 문제를 강하게 들고 나오자 정부측 역시 이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발표 일정이 미뤄질 전망이다.
이는 통신비 인하 방침이 시장에 회자된 이후 계속된 방통위측의 일관성 없는 입장이 가져다 준 혼란 중 일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실효성이 의심되는 통신비 인하안이 시장 경쟁이 아닌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점이다. 애초 TF는 월 1000원 정도의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당측이 미흡한 인하폭을 꾸짖고 추가적인 인하방안 마련을 재촉하자 방통위는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와 추가적인 인하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통신요금 인하안이 통신 3사의 자율 경쟁이 아닌 정부의 일방적인 물가안정 대책으로 시작됐다는 점도 업계를 씁쓸하게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대책이 결국 한나라당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율 경쟁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요금 인하가 이뤄졌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인 것”이라며 “이번 인하안이 기본료 인하 등 핵심 내용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산적한 투자 현안 등을 고려할 때 최대한 인하폭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경우 외국에서도 대부분 정액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통신요금이 비싸다고만 할수는 없다”며 “질 높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시장을 존중하고 요금인하 또한 통신사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 월 문자 50건, 청소년 월 200건 무료 제공 ▲스마트폰 사용자의 음성통화량 20분 확대 ▲청소년, 노인층 스마트폰 요금제 신설 ▲모듈형 요금제 도입 ▲특정계층에 대한 가입비 인하 등으로 요약된다.
통신 3사는 방통위의 정부측 통신요금인하 권고안 발표 이후 요금인하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요금제를 변경할 때 방통위 인가를 받아야 하며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요금제 변경이 이뤄진다.
명진규 기자 aeon@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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