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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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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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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가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탈락했다. 1, 2차 경연에서 김연우는 각각 김건모의 ‘미련’과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불러 1차에서 6위(득표율 6.5%), 2차에서 4위(득표율 13.1%)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합산 결과는 7위였다. 1차에서 7위였던 BMK가 2위로 올라가고 1차에서 1, 2위였던 박정현과 이소라가 2차에서는 각각 7, 6위를 기록해 평균 점수에서 여섯 가수에 밀렸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김연우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나가수’의 특성과 김연우의 음악적인 성격이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다. 김연우는 ‘나가수’의 두번째 무대에서 눈에 띄게 향상된 적응력을 보여줬다. 그는 ‘미련’을 부를 때만 해도 자신의 음악적인 영역에서 충실했다. 반면 ‘나와 같다면’을 부를 때는 기존의 음악 색채를 지우고 단 한 번의 노래로 청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나는 가수다’의 특성에 맞게 보다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변신했다. 김연우는 ‘나가수’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어필하는 방법을 알게 된 셈이다. 그 결과 2차에서는 4위로 올라섰다. 절치부심한 김연우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 하지만 김연우의 탈락은 ‘나가수’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발라드의 신’이라 불리며 확고한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연우는 왜 뛰어난 실력과 향상된 적응력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을까.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여섯 가수의 생존 이유에서 탈락의 이유를 찾았다.


임재범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임재범은 벌써 두 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1일 방송에서 부른 ‘너를 위해’는 본 경연에 앞선 선호도 조사에서 단번에 1위에 올랐고 22일 방송에서는 윤복희의 ‘여러분’으로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금속성이 가미된 허스키한 음색으로 팝 발라드와 헤비메탈을 동시에 소화하는 그는 가사에 담긴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동물적인 본능으로 토해낸다. 자신감과 겸손을 동시에 담은 채 열정, 분노, 자학, 연민, 회한 등의 복잡한 감정 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창법은 드라마틱한 점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는다. 그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이고, 노래 역시 한 편의 드라마다. 단 한 곡을 부르더라도 심장 깊숙히 파고드는 창법과 무대 연출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극적인 측면은 ‘나는 가수다’의 난관을 뚫고 가기 위해 김연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김연우는 방송이 끝나고 “굴곡 없는 삶 때문인지 음악에 표현되는 것이 깊이 있는 부분에서 부족한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굴곡 없는 삶이 그에게 단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예능이 굴곡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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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K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BMK 역시 김연우와 무척 다른 색채를 지닌 가수다. 김연우가 정적이고 담백하며 조금은 여성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노래를 하는 반면, BMK는 커피색의 진한 목소리로 역동적인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1차 경연에서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부른 것이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곡은 재즈의 스윙감을 만들어내지도 못했고 동적인 그루브와도 거리가 먼 곡이었다. BMK의 장점은 신중현 원곡의 ‘아름다운 강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관객이 신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BMK는 이 노래에서 자신의 장점인 강한 힘과 비트, 그루브를 뿜어내며 목표를 이뤄냈다. 김연우는 차분한 감정 표현이 장점이지만 객석의 청중을 모두 일으켜 세울 만한 역동적인 힘은 부족하다. BMK가 이 곡으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던 것은 단 한 번의 무대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는 ‘나는 가수다’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가수다’는 예능이다. 김연우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예능과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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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김범수는 2차 경연에서 조관우의 ‘늪’을 불렀다. 김범수의 도전은 대담했다. “빠른 직구로 승부하기로 했다”는 그는 가성을 쓰지 않으면서도 키를 낮추지 않고 시작했다. 애초부터 가성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이렇게 부르면 후렴 부분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그는 후렴에서 가성을 활용하는 한편 하드록 창법의 고음을 쏟아내며 장르 변신을 시도했다. 한 곡에서 R&B와 팝 발라드, 헤비메탈을 오가는 다양한 장르 소화력은 김범수의 장점 중 하나다. 장난스럽게 보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음악에서만은 진지한 자세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김범수의 직구는 통했다. 발라드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가 날카로운 고음으로 록을 노래하자 자문위원인 남태정 라디오 PD는 “이번 주 1위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우 역시 김범수만큼이나 록 장르와 먼 가수이지만 소화할 수 있는 재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가능성을 너무 늦게 보여줬다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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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윤도현은 아마도 김연우가 3위 이상을 차지했다면 탈락 위험이 가장 큰 가수였을 것이다. 클래식의 ‘마법의 성’으로 1차 경연에서 5위에 올랐고 2차에서도 5위에 그쳤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연우와 가장 비슷한 성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윤도현은 거친 로커의 본성을 드러내면 정적인 발라드 가수 김연우만큼이나 위험하다. 일반 관객에게 록은 불편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임재범도 남진의 ‘빈잔’의 엔딩을 헤비메탈로 뒤바꿔놓아 원곡의 팬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 때문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당시 그는 4위에 그쳤다. 윤도현은 “너무 과하게 하는 것 아닌가, 민폐인가” 하고 자문하기도 했다.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의 편곡은 1차 경연 때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YB의 색채에 맞는 편곡이었다.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김연우만큼이나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그에게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걸그룹의 인기가 높지만 예능은 남자 연예인들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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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에서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탁월한 해석력과 독창적인 변형, 뚜렷한 개성은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를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아의 ‘No. 1’의 독창적인 해석은 이소라의 장점이 잘 발휘된 예라 할 수 있다. 이소라가 부른 이 곡은 대중적인 친화력이 부족한 편곡임에도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감정적 호소력이 강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관객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크다는 방증이다. 반면 송창식의 ‘사랑이야’는 6위에 그쳤다. 이소라는 대담하게 힘을 빼고 원곡의 편곡을 따라가며 차분하고 담담한 톤으로 불렀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가수들 사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음은 당연한 결과. “노래를 세게 하는 것에 귀가 지쳐가는 것 같았다”는 이소라의 말은 ‘나는 가수다’가 예능으로서 어떤 역기능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낸다. 김연우의 목소리가 가장 좋게 들릴 때는 이소라가 ‘사랑이야’를 부를 때처럼 힘을 빼고 담백하고 차분하게 부르는 순간이다. 아쉽게도 김연우는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만큼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거나 공연장의 관객에게 인상을 남길 ‘열창’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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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나가수’ 6인의 가수가 말해주는 김연우의 탈락 요인

박정현은 1차 경연에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1위를 차지했으나 2차에선 부활의 ‘소나기’로 7위에 머물렀다. 2차 경연에서 극단적인 결과를 낸 것은 원곡의 대중적인 힘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박정현의 창법과 원곡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곡 방향은 아일랜드 풍의 포크록이라고 했지만 정작 창법은 포크록, 하드록 그리고 팝도 아니었다. 하림과 바드의 이국적인 연주가 잘 살지 못했다. 박정현은 1차 경연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창법이었다. 그가 목소리는 호오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그러나 박정현의 드라마틱한 노래 스타일은 호소력이 커서 노래의 특성과 잘 맞을 경우 최상의 효과를 낸다. 김연우의 2차 경연 무대는 분명 박정현의 그것보다 대중적인 호소력이 컸다. 그러나 1, 2차 합산으로 탈락자를 결정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어중간한 두 번의 무대보다는 확실한 한 번의 무대가 필요하다. 1차 경연에서 박정현의 강력한 임팩트가 좋은 예다. 흔히 말하는, ‘한 방’이 있어야 했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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