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회사채 발행해서 차입금 상환하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줄줄이 법정관리로 가는 건설사들이 태반인데 저희는 나은 겁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건전하다고 인정받는 것으로 봐야할 정도에요."
한 중견 건설사의 간부는 회사의 일상적인 자금조달 방법인 채권발행조차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 신용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지면서 생긴 일이다.
최근 건설사 회사채 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본래 회사채는 BBB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분류하나 건설사는 예외다. A등급 이상이 아니면 발행해봤자 인수할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두 예전에는 소화가 됐을 채권이다. 그러나 건설사 채권은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BBB+ 등급이었던 삼부토건도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A등급 신용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도 자금조달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견 건설사들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가 줄을 이으면서 건설사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신용등급이 A+등급 이상으로 높은 대형 건설사나 대기업 계열인 경우에 한해서만 그나마 시장에서 무리 없이 소화되는 정도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규모는 변수다. 아무리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라도 막대한 PF 대출규모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거 경기가 좋았을 때 벌여 놓은 대규모 PF사업들이 애물단지가 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줄줄이 사업들이 지연되면서 잠재된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0대 건설사의 PF 지급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려 64조754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채를 발행해서 빚을 갚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건설사 간부의 독백이 이해가 될 만하다. 1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28개사에 달한다. 생존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했지만 알짜 사업지를 매각하고 신규사업은 손발이 묶이면서 악순환을 겪고 있다. 살아남은 대형 건설사들도 신규 PF대출은 커녕 운영자금 조차 빌리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추가담보를 내놓지 않고서는 대출 만기 연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의 단기 채권 회수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위기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같은 상환요구가 늘어날수록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한 상황에 빠진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대출만기를) 연장하려면 담보를 내놓거나 아니면 일부라도 (차입금을) 갚으라고 하는 것"이라며 "은행에서 건설사에 무조건 상환에 중점을 두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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