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시세를 조작해 부당이익을 얻은 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가 어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4월 코스닥 상장사의 시세조종 행위와 관련해 19명을 적발했는데 이들은 모두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나 대표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전 상공회의소 부회장, 공인회계사, 재벌 3세 등 사회지도층이 대거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주가조작에 이들이 동원한 수법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시정잡배를 능가할 정도의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람들이 관련된 회사를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큰 배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출신인 Y사 박용하 회장은 자신의 코스닥 상장회사와 자신의 아들이 대주주인 비상장회사와의 합병을 쉽게 하려고 주가조작 전문가 6명을 고용했다. 이들에게 15억원의 작업비를 주며 허위매수 주문과 통정매매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재벌가 3세인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는 신소재 개발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려 주가조작을 했다. 이를 통해 그는 25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구속 기소됐다. 유상증자를 성공시키려고 자신의 기업 주가를 2배가량 인위적으로 올린 사장도 있으며, 기업인수 차입금을 갚으려고 주가조작으로 14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공인회계사 출신 사장도 적발됐다.
이런 범죄들은 대부분 2~3년 전에 저지른 것으로 이번에 뒤늦게 드러났다. 이 같은 사례는 지금도 증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주가조작 사례 가운데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활황 장세에서 정보에 취약한 개미투자자들은 손해 보기가 일쑤여서 '남의 잔치'로 보이는 상황이다. 상장 기업의 사주나 대표가 나서 주가조작을 하는 판이니 개미투자자들이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주가조작은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시장의 기반을 허문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유난히 관대한 탓에 이런 범죄가 빈발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증권 범죄를 단속해야 한다. 보다 빨리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또 무겁게 처벌해 주가조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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