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호주가 기준 금리를 동결한 깊은 뜻은

시계아이콘02분 0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이의원기자] 호주 중앙은행이 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통화가치 상승이 그것을 상쇄하기 때문에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향후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도 중앙은행의 정책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도 발휘했다.


◆호주중앙은행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호주의 중앙은행인 호주연방은행(RBA)은 이날 월례 통화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인 하루짜리 단기금리(overnight cash rate)를 현행 4.7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달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호주의 기준금리는 선진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0~1%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4%대 후반 금리는 대단히 높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RBA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7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 수준까지 끌어올려놨다.


◆광산부문이 인플레 압력의 진원지=호주는 지난 해 말 홍수와 2월 사이클론(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주력 수출품인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인 점결탄 탄광이 밀집해 있고, 호주가 생산하는 채소와 과일의 30%이상을 공급하는 퀸즈랜드주가 홍수로 물에 잠기면서 철광석과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 글렌 스티븐스 RBA총재는 “이는 3월로 끝난 분기에 성장률을 갉아먹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광산 투자가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다. 퀸즈랜드의 글래드스톤 항구 근처에서는 300억 호주달러(미화 327억 달러) 규모의 석탄층가스(coal seam gas)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호주 3대 석유생산업체인 산토스와 영국의 3대 가스 생산업체인 BG그룹은 올해 두 개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 1만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광산 프로젝트는 두가지 면에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은행의 자금 대출 증가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있다. RBA보고서에 따르면 3월 중 금융회사의 대출 금액은 전 달에 비해 0.6% 증가했다.이는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기업대출 규모는 1%나 증가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고 3개월 연속 늘어났다. 기업 대출이 지난 해 12월까지는 무려 6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둘째 채용 증가도 돈을 풀게 하는 요인이다. 3월 채용이 크게 늘면서 실업률은 4.9%로 하락했다. 그러나 자원개발 및 관련 분야 숙련 기술자가 부족해 이들 인력의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임금수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는 게 RBA평가다.


이래저래 돈이 많이 풀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귀착된다.


그런데 투자증가는 미국 달러화의 공급을 대폭 늘려 호주 달러의 가치를 사상 최고치로 올려놓았다. 호주 달러화는 최근 들어 미화 1달러당 1.10을 기록했다. RBA 발표후 호주달러화는 시드시 시장에서 1.0921에서 1.0894로 소폭 내려갔으나 그래도 강세다.


호주 달러화의 가치상승은 환율을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낮추고 궁극으로는 소비자 물가 하락에 기여한다. 그래서 호주 달러 강세가 RBA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RBA의 소비자 물가 관리목표는 연간 2~3%의 범위 안인데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분기에 비해 1.6%, 전년 동기간에 비해 3.3%나 올랐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자주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RBA는 성장률 하락에 더 초점을 두고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금리 언제 오를까?=현재의 자금유입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RBA가 무작정 금리를 동결할 수는 없다. RBA도 이를 잘 알고 있다.


RB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다음 회의에서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전망을 유심히 평가하겠다"는 말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방점은 인상쪽에 있다고 보는 게 무방할 것 같다.
RBA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해 11월 3.75%에서 2월에는 4.25%로 올려잡았다. 홍수피해 재건이 2분기에 빨라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오는 6일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수정한다면 금리인상은 거의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물가는 잡히겠지만, 광산과 관련없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호주 사람들은 안그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씀씀이를 더 줄이고 저축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이의원기자 2u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