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지난 주말 액화석유가스(LPG) 업계에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3개월간 가격을 동결했던 LPG 업계가 더이상의 손실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이달부터 인상안을 내놓자 정부가 '급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달 30일 LPG업체인 E1은 고심 끝에 내놓은 가격 인상안 방침을 불과 다섯시간도 안돼 부랴부랴 철회했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즉각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공지했던 인상계획을 거둬들였다.
정부 방식도 한결 가벼워졌다.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됐다. 앞서 3개월 동결을 결정하기 전에는 업계 협조를 구하는 형식적인 '공문'이라도 보냈지만 이번에는 '인상 불가' 한마디로 업계를 굴복시킨 것이다.
이미 각 충전소에 가격인상을 통보했던 업계 1위 SK가스도 뒤늦게 '뒷수습'에 나섰다. 5월 프로판 가스와 부탄가스의 충전소 공급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정부 눈치가 예사롭지 않자 인상 계획안 백지화를 선언했다.
결국 LPG 업계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LPG 가격을 동결하게 됐다. LPG 수입가격(CP)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인하 압박에 못이겨 손해를 감내키로 한 것이다.
정부에 백기투항한 LPG업계의 웃지 못할 간밤 소동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잇따른 반기업 행보로 급기야 '비즈니스프렌들리(친기업)'에서 '마켓프렌들리(친시장)'로 경제정책을 재정립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갈지자 행보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리수를 둔 정부의 물가 인하 방침에 기업은 시름하고 있다. '서민 고통 경감'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물가 고공행진을 막아야 하는 당위성도 인정한다. 기업도 이러한 대의명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의 '짓누르기식' 기업 압박은 '눈가리고 아웅'꼴에 불과하다. 전략은 없고 순간순간 땜방 처방만 난무한다. 이번 '빠꾸 오라이'는 정부의 정책 부재라는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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