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부산지역 의원들이 저축은행에 투자한 예금과 후순위채권 손실액 모두를 보상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대규모 인출 사태의 배후에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법안 발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흉흉해진 지역 민심을 달래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 등 21명은 상호저축은행의 예금 및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달 29일 제출했다. 개정안은 현재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으로 제한된 예금보험한도를 2012년까지 예금과 후순위 채권 전액으로 확대하고, 보상 시점도 8개 저축은행 중 가장 먼저 부실화된 삼화저축은행의 영업 정지 시점인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조경태 민주당 의원 등 부산지역 의원 18명 전원이 참여했다. 이들 의원은 개정안에서 "상호저축은행의 부실문제는 정부의 감독 및 정책 실패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강하다"면서 "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등으로 인해 예금 등 채권의 재산적 피해를 입게된 예금자에 대한 공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안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실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예금보호한도를 무시하고 예금 및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전해 줄 경우 향후 제2, 3의 금융기관 부실 때 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당선을 위해 다른 금융 소비자들에게 저축은행의 부실을 떠안게 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극치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부산지역 의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예금보호한도 없는 보장은 결국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역구민들에게 "저축은행 피해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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