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사업과 자신의 성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올드로이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는 지미 노스 윌리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짚(Jeep)차를 만들어 낸 사람답게 위험을 즐기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거친 환경 속에서 질주하는 차를 제작하는 데 적합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셈이다. 올드로이드 교수는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지 예측하려면 창업자는 내가 어떤 어떤 성격의 사람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성격을 진단할 틀이 있는가.
▲사실,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 ) CEO인 매그 위트만과 집카(Zipcar)의 창립자인 로빈 체이스는 같은 여성 창립자인데도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인구, 성별, 나이 등 워낙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창업자의 성격을 꼭 알아야 하는 이유는 창업자가 자신의 생각을 기업에 '각인(imprinting)'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로렌츠 박사의 오리 각인 실험을 예로 들어보지요. 로렌츠 박사가 부화한 오리들을 손수 키우자 오리들은 그를 어미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오리들의 머리 속에 '엄마'라는 걸 각인시킨거지요. 창업자는 기업에 이처럼 각인을 시키는 존재입니다.
-기업문화에만 영향을 미치나.
▲창업자의 각인은 기업문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우선 조직 구조에 영향을 줍니다. 시스코와 삼성을 예로 들겠습니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2를 쥐고 있는 시스코의 공동창업자인 샌드라 러너는 엔니지어임에도 '고객 만족'을 중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스코 직원의 40%가량이 고객지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고경청책임자(Chief Listening Officer)란 직책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기술'을 중심에 뒀습니다. 인력의 50%가량이 제조 부분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3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세일즈와 마케팅 인력입니다. 이것은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월마트는 창업자인 샘월튼이 사망하고 나서 급성장을 이뤘습니다. 샘월튼이 차입경영을 끔찍이도 싫어했거든요. 이런 점에서 한국의 창업자들은 흥미롭습니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은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입니다. 매출액이 200조를 넘기는 회사가 공익을 위한 희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CEO나 임직원이라면 현재의 삼성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려고 했을 겁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점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요. 다만, 이제 세계적 기업이 된 시점에서 희생에 대한 강조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조직측면에서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삼성에서도 앞으로 이런 점을 고려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경쟁기업의 미래를 알려면 기업 창립자의 자서전을 읽어야겠군요.
▲어렵지만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경쟁기업 창립자의 자서전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흥미로운 박사 학위논문 주제감인데요.
-창업자 정신과 관련해 한국에서 관심있는 기업은?
▲'네이버'(Naver)입니다. 미국에서는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어 사업모델을 성공시키면 그걸 애플, GE 같은 기업들이 사들이지요. 그런 식으로 미국의 대기업은 성장동력을 만듭니다. 반면에 한국은 그런 창업자들이 부족해요. 그러다보니 대기업들이 A부터 Z까지 다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창업을 한다고 해도 대기업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사업을 벌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Enterpreneurship보단 Interpreneurship에 가깝습니다.
◆제임스 올드로이드 교수는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쳤다. 2005년 4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The Quest for Customer Focus'를 게재했다. 관심분야는 조직내 정보흐름과 지적 능력이다.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원장 클렘코스키)는 2004년 성균관대학교와 미국 MIT Sloan이 협력해 설립한 국내 첫 정통 미국식 비즈니스 스쿨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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