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단돈 10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끊기 힘든 악마의 유혹. 바로 '유사 휘발유'다.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일부는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면 오히려 연비가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하고, 엔진 부식이 빨라져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 가운데 흔들리는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다.
보다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가격표에서 눈을 떼지 못해 차라리 유사 휘발유를 써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괜히 넣었다가 내차가 고장나는건 아닌지 불안하다. 대체 유사 휘발유가 뭐길래 갈등하게 만드는 걸까?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유사 휘발유 다시 말해 '유사석유제품'이란 조연제(助燃劑) 또는 첨가제 등의 명칭 여하에 관계없이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하는 방법 등으로 차량이나 기계의 연료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제조된 것을 뜻한다.
즉 휘발유나 용매(솔벤트) 등에 BTX(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을 섞거나 알코올류를 넣은 것이다. 이때 첨가 물질이 저가(저세율)이라 혼합 물질의 양만큼 부당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유사 경유는 경유에 등유를 넣거나 윤활기유를 첨가하는데 최근에는 바이오디젤 원료인 대두유를 혼합한 유사 경유가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유사석유제품은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대량 유통되면서 적발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수사기관,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유사석유 단속을 실시해 유사석유제조장 16개 업소, 길거리 판매소 70개 업소 등 196개 업소를 적발했다. 당시 압수한 유사석유 및 제조원료 약 52만ℓ에 달하며 모두 폐기 처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합동단속에서 31개 업소가 적발된 것과 비교하면 적발규모가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지난해 유사석유 탈루세액이 유사휘발유 5312억원, 유사경유 1조1224억원 등 1조6536억원임을 감안할때 올해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일부 유사 휘발유의 사용 후기를 읽어보면 정품이나 유사 휘발유나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유사 휘발유에 첨가하는 BTX나 메탄올 등도 모두 원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소성 등 유사한 성질을 공유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유사 휘발유는 끓는점이 일반 휘발유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연비가 줄어들고 엔진 출력이 감소되는 원인이 된다. '유사휘발유가 연비 및 배출가스에 미치는 영향연구(2002)'에 따르면 유사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공인연비의 약 7%, 실주행연비의 약 18%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화재폭발 사고의 위험성도 크다. 지난 20일에도 울산시에서 유사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싣고 가던 2.5t 트럭이 전복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으로 8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 배출도 늘어나 대기오염을 악화 시킬 수 있다며 "유사 휘발유로 인한 피해는 당장 나타나지는 않지만 점차 누적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