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남은 현대상선 주식은 그대로 보유, 지난해 2배 가까운 평가 차익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현대아산 지분율을 4.61%→3.27%→2.85%로 낮췄다. 일부 주식을 처분했지만 지분 투자에 따른 평가 손실은 154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부풀었다. 주식 매각은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던 시점을 전후로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금껏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0.45%로 내린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지난해 매매를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새 현대상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현대건설 인수·합병(M&A) 기대감이 반영된 덕에 주가가 오르면서 현대차는 100억원 미만이던 현대상선 지분 투자 평가 차익을 176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증권가 및 재계에서는 비록 소량의 주식이지만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선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 심혈을 쏟았던 대북 사업에 대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중단은 물론 지난해 시설 몰수에 이어 지난 8일 사업 독점권 효력 취소 위기에 처하는 등 사실상 대북 사업의 존폐 기로에 섰다. 지난달까지 2년 9개월 동안 입은 관광 매출 손실만 4076억원에 달하며 조 단위에 육박한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이 경영권 보장을 원하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고 정 명예회장의 타계 10주기를 기념해 진행됐던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초미의 관심사였던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보유 지분 7.75%를 처분할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끼리 그런 건 없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현대차와 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한 현대상선 지분 투자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현대아산과 비슷한 방식으로 처분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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