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길었고... 날씨 고려한 '반응시스템' 덕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국내 의류업체들의 재고물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40%에 육박했던 재고량은 최근 2~3년 새 20%로 뚝 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겨울제품의 판매기간이 늘었기 때문이지만, 이보다는 날씨나 트렌드에 맞춰 빠른 대응이 가능한 '반응생산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지난해 엠비오, 후부 등 주요 브랜드의 재고가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겨울옷의 판매시기가 길어져 봄·여름 상품으로의 교체시기도 예년에 비해 다소 늦춰지면서 (재고)물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LG패션 역시 지난 2~3년간 75~80%대 안팎의 판매율을 기록해 시즌 정상 제품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경기와 트렌드, 날씨 등을 빠르게 예측하고 그에 따른 생산속도를 높이는 반응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재고부담이 현저히 줄어든 것.
LG패션 관계자는 “제품 전체 생산의 절반가량을 반응생산으로 진행한다”면서 “재고위험이 줄어들어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패션의 양산 신사복 공장의 경우 7일 만에 추가 제작이 가능할 만큼 작업 시간을 줄였다”면서 “각 브랜드별로 상품기획자(MD)가 일주일 단위로 각 브랜드의 판매율과 인기 있는 옷 스타일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아웃렛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고 부담이 적은 이랜드 역시 반응생산으로 재고물량 줄이기에 나섰다.
이랜드 관계자는 “재고는 곧 현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근에는 우리도 물량을 많이 찍어내지 않는다”면서 “판매추이를 보고 생산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봄 제품 판매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겨울 전 브랜드에서 재고비율이 10~20%가량 떨어졌다”면서 “올봄에도 메인물량을 많이 찍지 않았고 스폿물량을 늘려 재고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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