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 나무는 뉴욕이라는 도시와 미국의 회복력을 상징한다"
지난해 12월23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세계무역센터(WTC 빌딩)가 있던 자리(Ground Zero), 9ㆍ11 기념관 앞 광장에 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9년전 WTC빌딩의 잔해속에서 상처투성이로 발견돼 회생이 불투명했던 배나무였다. 사람 곁으로 다시 돌아온 배나무는 그 새 상처를 치유하고 새 가지를 뻗어 활기차 보였다.
2001년 9월11일 자본주의와 번영의 상징인 WTC 빌딩이 테러에 무너졌다. 세계가 혼란과 공포에 떨었다.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테러는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재앙이 됐다.
그 재앙에서 생존한 나무 한그루가 다시 심겨진 지 석달 후 미국의 반대편에 9ㆍ11테러만큼이나 무서운 재앙이 닥쳤다. 지난 3월11일 일본을 덮친 지진, 해일은 삶과 터전을 무너뜨렸다.인류 유산, 과학과 철학은 물론 인간애마저 초라하게 만들었다. 개인 자산관리, 기업 비즈니스전략,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시스템도 위기를 맞았다.
재앙은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마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재앙으로 인류의 당면한 숙제가 송두리째 드러났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 일본인들은 아직 희망의 나무를 옮겨 심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그들은 다시 나무를 심게 될 것이다. 그간 세계는 원자력 발전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원전폭발과 같이 인류 스스로 자초한 재앙은 그런 노력이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또 광물, 햇빛, 물, 공기와 같은 자원에 겸손하고, 아끼고 나눠야만 미래가 지속가능함을 일깨운다. 지금 인류에겐 친환경 생태복원을 위한 화합, 협력이 절실하다. 이런 과제는 개별 국가의 노력은 물론 국제적인 전략을 요구한다.
그에 앞서 우리에게도 재앙은 언제든 올 수 있다. 아직은 재앙앞에서 새롭게 꿈꾸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의 나무를 키울 시간이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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