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원전 주변만이 아닌 일본 전체라니,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 동경의 대상이 아닌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최근 한국정부가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일본산 식품 수입중지 조치를 내리자 일본 네티즌이 포털에 올린 댓글이다.
식품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일 뿐이다. '안전', '정교', '신뢰'의 대명사였던 일본산 부품ㆍ소재는 물론, 일본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완성품에까지 '메이드 인 재팬' 제품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특히, 지진 여파로 계획정전이 장기화될 경우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부품ㆍ소재에 대한 품질 신뢰도 저하는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방사능 탐지기를 이용해 수출용 차량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체크해 안전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산 자동차나 전자제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일본산 자동차 좌석에 앉거나 DVD를 보면서 방사능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계획정전에 따라 일본산 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자기기 배선기판에 필수적인 얇은 구리 막판을 생산하려면 수일 간 계속 전기를 흘려줘야 한다. 전기가 잠시라도 끊어지면 품질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실리콘 원판인 웨이퍼의 경우도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 제품 역시, 생산라인 가동이 한번 중단되면 품질을 원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수개월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는 동일본 부품벨트지대의 자동차 부품 생산차질도 주요 원인이 초기 직접적인 지진피해에서 원전 사고로 인한 2차 피해 쪽으로 전이되고 있다. 전기공급 부족, 야간 생산에 따른 품질저하, 방사능 오염 가능성 등의 복합악재가 악순환 고리를 재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본 업체들의 해외 아웃소싱이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 역시도 품질 불안정성과 핵심부품에 대한 일본내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오랜 불황과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아웃소싱을 늘려 작년에 디지털 가전제품 수입액이 사상 최초로 수출액을 넘었다. 일본 디지털카메라 업체의 해외 아웃소싱 비율은 이미 45%에 달했을 정도지만 '중국산(産)', '동남아산(産)'이라는 꼬리표는 과거 '일본제품'의 품질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미 한국과 일본제품의 품질을 동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10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제품은 103.8이었는데 이는 10년전 한국제품 인식이 75.5, 일본제품이 101.4였던 것과 비교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원전 사고로 인해 몇 개월, 길게는 몇 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전력사정 악화가 금융공황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려던 일본 경제에 다시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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