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홍선영 옮김/ 갤리온/1만3800원
에스키모인에게 얼음을 비싸게 파는 방법은? 난센스 퀴즈 같지만 답은 있다. 얼음으로 집을 짓지만, 북극에는 널린 게 얼음이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얼음도 더 시원한 것, 더 단단한 것, 색깔이 있는 것 등 다양한 군상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에스키모인들이 얼음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은 "새로운 시장을 파악하는데 획기적일 필요까지 없다. 그저 미묘하게 차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스키모인들에게는 얼음이 필요하고, 내가 가진 얼음이 그들의 것보다 더 좋다는 점만 부각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에스키모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얼음을 파는 일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다. 코너 우드먼은 '얼음'에 해당하는 낙타, 커피, 와인, 말, 서핑보드 등 11개 품목을 수단, 인도, 중국, 멕시코에 이르는 4개 대륙 15개국의 '에스키모인'들에게 파는 세계 일주에 나선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그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던 애널리스트이자 트레이더였다. 하지만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숫자놀음에 회의를 느낀 그는 직접 세계시장을 돌며 자신의 경제학 이론과 지식을 시험해보기 위해 사표를 던진다. 잘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웠다고 해서 돈 버는 걸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싶었고, 그래서 돈 버는 방법을 바꿨을 뿐이다.
그는 수단에서 낙타를 사려다 스파이로 몰려 감금될 뻔했고, 멕시코에서는 서핑보드를 팔려다 익사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어선을 타고 나가 3일 밤낮으로 고생했는데 고작 150엔(약 2000원)을 버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상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혀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생산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구입한 다음 물건의 가치가 가장 높은 곳에서 판매한다는 기본전략을 바탕으로 6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약 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남아공 와이너리에서 구입한 와인은 중국에서 비싸게 팔았고, 중국 공장에서 주문 제작한 서핑보드는 특별히 자신의 브랜드를 붙여 멕시코에서 큰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멕시코에서는 테킬라를 저렴하게 구입해 브라질에서 좋은 가격에 처분했고, 브라질에서 구입한 목재는 영국에서 팔아 구입가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물건을 직접 사고팔며 세계를 누빈 6개월 동안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가장 큰 수확은 세계 경제의 뿌리를 직접 체험한 것"이라며 "여행 후 협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거의 모든 일에 협상을 시도하게 됐다"고 답했다. 제대로 된 협상이란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과정이라는 말과 함께.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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