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정유사의 가격인하 압박 외에 유가(油價)안정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유사석유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적발업소와 건수는 많아지고 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1년새 적발규모가 6배나 늘어났다.
7일 지식경제부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간 수사기관, 지자체 등 114개 유관기관 합동단속 결과, 유사석유제조장 16개 업소, 길거리 판매소 70개 업소, 대형사용처 88개 업소, 대형공사장 등 기타 22개 업소 등 196개 업소를 적발하고 유사석유 및 제조원료 약 52만리터(L)를 압수, 폐기 처리했다. 유사석유 제조, 판매 관련자 20명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같은기간 합동단속에서는 제조장 1개 업소, 길거리판매소는 31개 업소가 적발됐다. 1년 새 적발규모가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16개 시도별로는 유사석유 최다판매지역인 대구와 강원이 각각 35개 업소가 적발돼 가장 많았으며 경북(30개) 전남(21개) 경남(13개) 인천 경기 충북 전북(11개) 등의 순을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대구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유사석유제조장을 급습해 철거했다. 이 제조장은 지하에 5만L 탱크 3기와 옥외에 3만5000L탱크 3기, 옥외에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된 2000L탱크 7기 등 저장용량만 25만5000L에 이른다. 유사석유제품의 원료는 8만L의 대규모 제조장이다.
지난 6일 경찰에 입건된 주유소업주는 2010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주유소 2곳을 빌려 운영하면서 가짜 휘발유와 경유 각각 159만L와 222만L씩 총 68억5000만원 상당의 유사 석유를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유기 주변에 유사 석유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신발에 부착한 자석식 센서 장치를 이용해 마음대로 정품과 유사 석유를 주유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석유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1L당 50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회원제를 통해 경품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방법으로 고객을 끌어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유사석유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석유제품간 세금차에 의한 부당이득의 유인과 소비자의 저가 석유제품을 선호하는 잘못된 심리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환경오염, 차량파손, 화재폭발 및 건전한 석유사업자의 공평한 조세 납부의지를 저해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 기준 유사휘발유 유통량은 59만2088KL, 유사경유는 534만3275KL로 전체 유사석유 유통량은 593만536KL로 추산됐다. 이 물량은 2009년 연간 국민들이 소비한 맥주량 200만KL의 3배에 육박한다. 같은해 유사석유 탈루세액은 유사휘발유 5312억원, 유사경유 1조1224억원 등 1조6536억원에 이른다. 2008년 고유가 시기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서 줄어든 세금(1조4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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