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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위기의 원인은 '취약한 교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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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22세의 포르투갈 여성 이사벨 페르난데스는 5학년 과정을 몇 번 반복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7학년 때에 또 유급을 겪었고, 스무 살이 되던 해 8학년까지만 마친 채로 학교를 중퇴했다. 그녀는 지금 직업이 없다. “고용주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만 원한다”면서 청소부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다고 그녀는 말했다.


대학에 진학해 작업요법을 전공할 계획인 소피 알베스는 “경제위기로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면서 “고등학교 졸업장만 가지고는 식당 종업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서유럽 지역에서 가장 1인당 국민 소득이 낮으며 또 가장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다. 포르투갈의 25~64세 인구 중 28%만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비율은 독일 85%, 체코 91%, 미국 8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중퇴율도 OECD국가들 중 터키와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포르투갈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취약한 교육시스템을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교육환경은 왜 이 나라가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왜 위기 극복에 비용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포르투갈의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비화됐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경제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재정 긴축 및 증세안이 야권의 반대로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고 조기총선 실시와 새 내각 구성까지 정치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긴축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처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막대한 국가부채를 갚으려면 상당한 시간 동안 높은 성장률을 이룩해야 하지만 너무 낮은 국내 노동력 숙련도와 영세한 산업구조가 이같은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저조한 교육수준은 높은 실업으로 이어지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포르투갈의 실업률은 11%에 이르지만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페드루 카네이루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인구의 교육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면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수준을 당장 높이는 것도 어렵다. 강도 높은 긴축으로 교육예산이 크게 삭감됐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재정위기의 ‘폭탄’을 맞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와 달리 포르투갈의 위기는 서서히, 그리고 오랫동안 심화된 것이다. 최근 10년간 포르투갈의 경제성장률은 유로존 평균을 뒤쫒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과거 포르투갈의 주력산업이었던 섬유공업은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갔고 코르크 수확 같은 전통적 산업으로는 국가경제를 부양할 수 없었다. 교육수준이 더 높고 임금은 더 낮은 노동력을 보유한 옛 동구권 국가들이 2004년 EU로 편입되면서 포르투갈은 유럽 변방으로 밀려났다.


아일랜드와 비교할 경우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아일랜드 역시 한 세대 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교육분야에 집중 투자했고 짧은 시간 내에 유럽에서 가장 숙련된 기술인력을 가진 나라로 탈바꿈했다. 금융권 부실화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여전히 유럽의 부국 중 하나다. 스탠퍼드대학의 에릭 하무세크 교수는 “아일랜드가 급부상한 원인은 바로 금융과 정보기술 산업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받은 노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무섹 교수와 뮌헨대학 연구자들은 공동으로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학력평가시험 결과 간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만약 포르투갈의 학력평가 평균점수가 교육수준이 월등한 핀란드와 동일할 경우 포르투갈의 경제성장률은 최소 1.5% 높아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포르투갈 정부는 현재 9년인 의무교육기간을 12년으로 늘리는 교육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감축에도 불구하고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교육분야의 투자가 최우선 과제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시장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전략과 비젼을 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학생들에게 노트북 보급을 늘리는 한편 노후된 학교를 재정비하는 등 교육분야 정비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해 포르투갈의 전국단위 학력평가 평균점수는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문경영인인 벨미루 데 아브데두는 “포르투갈의 교육체계는 화석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여전히 심하고 커리큘럼은 너무 쉬운 동시에 융통성이 부족하며 중퇴율은 높다. 앙골라와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지역의 옛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유입되는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일선 학교는 이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차다.


스페인 리스본대학의 역사학자 안드레아 노보아 교수는 “포르투갈·스페인,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등의 지역에서는 16세기 이래로 항상 교육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노보아 교수는 포르투갈의 경우 1926년부터 1974년까지 군부의 억압적 독재가 이어진 것 역시 국민들로부터 교육에 대한 욕구를 사라지게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여전히 높은 문맹률과 공교육의 부재였다. 70년대 이후 포르투갈 정부는 교육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섯 세기에 걸친 역사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노보아 교수는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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