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통계청과 협의해 통신요금에서 단말기 할부금, 소액 콘텐츠 결제 비용 등을 분리하는 작업에 나선다. 이미 '(요금을) 내릴 만큼 내렸다'고 주장하는 통신 3사의 건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 활성화 이후 문화, 교통, 금융 등 예전에 통신비로 분류가 안되던 항목까지 통신비에 포함되고 있다"면서 "통계청과 협의해 가계통신비 항목을 문화비용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통신 3사의 건의와도 일맥상통한다. 통신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매월 단말기 할부 금액이 통신비에 포함되고 소액 콘텐츠 결제 비용까지 늘어나 사실상 통신 요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 '착시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통신 요금 고지서에는 기본료, 음성통화료, 문자사용료, 데이터사용료 등의 기본 통신 서비스 요금 외 다양한 항목이 기재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월 1만~5만원 상당의 휴대폰 할부금이다. 통신 3사는 요금에 스마트폰 할부금과 할부이자, 채권료까지 포함시켜서 받고 있다.
소액결제 역시 통신비로 분류된다. 청구서상에 표시되는 무선인터넷 콘텐츠 이용료는 물론 인터넷상에서 다양하게 이용되는 소액결제 요금 역시 통신비 중 하나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대통령이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내 놓을 당시 통신비는 통화에 필요한 비용만을 뜻했다"면서 "지금은 문화비가 통신비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아 통신비 개념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비에 휴대폰 할부금과 무선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포함시키는 나라는 우리나라외에도 많다. 영국과 일본은 휴대폰 할부금을 통신비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단말기가 꼭 필요한 만큼 기본 통신비의 일부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휴대폰 할부금은 통신비에서 분리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요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오락·문화 비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런 움직임이 통신비 인하 대신 편법으로 통계상 통신비만 낮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추진한 요금인하안은 초당과금제, 결합상품 등으로 항상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료 및 음성통화 등 통신 서비스 자체의 요금 인하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방통위가 요금인하안으로 내 놓은 방안도 청소년 및 노년층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요금제 신설 및 고가의 기본료를 내야 하는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의 음성 사용량 확대 등으로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는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금인하에 나선다면 보편적 통신 서비스를 받는 모든 이용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기본요금에 손을 대야 할 것"이라며 "5천만 휴대폰 가입자 중 800만명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요금제 위주로 요금인하가 이뤄져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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