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서울시가 한동안 논란이었던 재건축 허용 연한을 단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당장 연한 단축을 염두에 두고 재건축을 추진했던 노원구와 양천구 아파트 단지 등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ㆍ상계동 주공아파트 등 당혹..재건축 기대감 꺾여
양천구는 재건축허용연한 완화를 통해 목동 14개 단지 2만6000여 가구 재건축을, 노원구는 1991년 이전 준공된 월계 시영아파트 등 11개 단지 4만6000가구 등의 재건축을 계획중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공동주택 재건축정책자문위원회가 최근 10개월간 시내 공동주택 11곳(노원3, 도봉3, 양천1, 구로2, 서초1, 송파1)에 대해 안전진단을 한 결과 기존 재건축 허용연한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따라 이들 단지의 재건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수 밖에 없게 됐다. 목동 신시가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구청에서 신시가지 일대 아파트 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며 "이는 재건축 연한 완화를 염두에 둔 것인데 단축하지 않겠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단축될 경우 수혜를 볼 1988년 준공 아파트는 노원구와 양천구, 송파구, 강남구 등에 밀집돼 있다. 이 기간 준공된 아파트수는 △노원구 4만6635가구 △양천구 3만780가구 △송파구 2만1468가구 △강남구 1만4178가구 △강동구 1만1294가구 등 순이다.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양천구와 노원구 등 지역의 아파트 거래와 가격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단지 89㎡는 지난해 4억4000만~4억8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4억9000만~5억2000만원까지 매매시세가 올랐다. 이 아파트는 1988년 준공돼 현행 연한대로라면 2022년에 재건축이 가능하다. 만약 재건축 연한이 조례안대로 단축된다면 2013년부터 재건축을 할 수 있다. 1988년에 준공된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역시 지난해 매매시세가 최저점을 찍은 후 올들어 소폭 상승한 상태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재건축 연한 단축이 보류됐다는 점 자체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재건축을 시작해 입주까지 하려면 지금보다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꺾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재건축 연한 단축 보류 대안될까
서울시 재건축 연한 단축 불가 방침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부각될 지도 주목된다. 리모델링은 노후 건축물의 구조물과 설비를 교체해 쾌적한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허용 연한은 현행법상 15년이다.
차정윤 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안전진단을 통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재건축 허용 연한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가구수 증가없이 가구별 주거 전용면적 30% 이내에서만 증축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걸림돌이다. 가구수를 증가할 수 없다 보니 조합원을 리모델링 공사비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일반 분양 수입이 없는 리모델링은 조합원들이 보통 ㎡당 100만원 정도의 공사비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109㎡(33평) 조합원의 경우 1억원 안팎 자금이 필요하다. 리모델링 이후에도 분담금 만큼 시세가 올라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적다"며 "현행 규정대로 리모델링을 한다면 조합원 부담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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