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유지하며 끈질긴 협상 끝에 타 지자체 따돌려...삼성의 '경제 논리' 원칙 고수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가장 두려웠던 건 타 지역과 정치권의 반발이었다. 아마 2~3년 전이었다면 인천 유치는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지난 25일 발표된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 투자를 유치한 인천시 관계자의 말이다. 최대 3조원으로 예측되는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분야 투자는 유치 경쟁을 벌인 인천ㆍ대구ㆍ경기ㆍ충북 등 지자체와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다. 특히 최근 충남 당진과 경기 평택 등 '삼성 효과'를 누린 지자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각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은 더욱 뜨거웠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가 특히 신경을 쓴 것은 '보안'이었다. 홍보 담당자인 윤관석 시 대변인조차 발표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3일 날 밤에야 투자 확정 사실을 전해 들었다. 홍보 실무자들은 발표 직전까지도 몰랐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과 인천경제청의 이종철 청장, 담당 과장ㆍ팀장 등 4명 정도만 라인을 유지한 채 극비리에 삼성 측과 7개월간 협상을 벌였다.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발표 전날 밤이었다. 그것도 업무 시간이 끝난 후에야 보고서를 보내는 등 '탈'이 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이처럼 보안에 신경을 쓴 이유는 가뜩이나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 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타 지역과 여당 등 정치권이 미리 알고 반발할 경우 만의 하나 '다 잡은 고기'를 놓치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윤관석 시 대변인은 "미리 정보가 샐 경우 타 지역과 정치권의 반발로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가 판을 치게될 까봐 걱정됐다"며 "무엇보다 입지 등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삼성의 선택으로 탁월한 조건을 갖춘 송도가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사실 지난해 8월 유치전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유치 가능성이 희박했다. 송 시장 조차 처음 김태한 삼성그룹 부사장에게 전화했을 때 "솔직히 인천의 유치 가능성은 1% 밖에 안 된다"는 식의 '면박'을 받았을 정도다. 타 지자체가 이미 준비를 갖추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였다. 송도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 규제 때문에 외국기업과 합작투자를 하지 않으면 대기업 공장을 세우기 어려웠다. 삼성그룹도 독자 브랜드로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꾀해온 만큼 인천은 초기부터 선택 대상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그러나 인천시는 지레 포기하지 않고 담당 실무자가 20여 차례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무실을 방문해 끈질긴 협상을 진행했고, 삼성이 송도의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감안해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의외로 쉽게 풀렸다.
삼성이 신사업 초기 투자인 점을 감안해 기술 전수도 받을 겸 해외 바이오기업인 '퀸타일즈'사의 투자를 유치해 합작사를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삼성은 해외 시장과의 접근성이 어느 분야보다도 필요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한 송도가 적지라고 판단했고, 서울과 가까워야 우수 인재 유치가 수월하다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은 이번 투자 결정 과정에서 정치ㆍ지역 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기업의 측면에서 경제 논리를 통해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인천시에 '완벽한 수준의 보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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