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도 단계적 철수 검토
대우건설도 단계적 철수 검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리폴리 시내 외국지역에서 전술적인 폭격이 있었지만 이후 시가전이나 대규모 총격적은 없었다. 멀리서 단발성 총성은 가끔씩 들리고 잔주 르 지역에서도 단발성의 총소리는 들린다. 어제(23일)는 시내 중심지 은행 2~3곳이 문을 열었고 빵가게나 주유소 앞에 차량 30~40대가 줄을 서있는 상태다."
반정부 시위 확산으로 현지 교민과 근로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리비아 현지에 나가있는 대우건설 등 우리나라 건설업체 직원들은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민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트리폴리와 벵가지 치안도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트리폴리는 리비아 친정부 세력이 사수하고 있으며 벵가지는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상태다.
정재학 대우건설 트리폴리지사장은 24일 인터뷰에서 ""현지의 우리나라 직원들은 집이나 안전한 가옥에 체류하고 있다"며 "현지공관과 비행기와 배 등을 이용한 단계적 철수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우건설도 3단계 철수 계획을 세웠고 1단계로 주재원 동반가족과 인턴직원 등 15명이 오늘 전세기 편으로 카이로로 대피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업체의 공사현장이 몰려 있는 벵가지도 빠른 속도로 치안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익제 대우건설 벵가지발전소 현장소장은 "리비아 벵가지가 있는 동부지역 상황은 혁명군(반정부 시위대)이 장악한 상태로 현재 치안은 안정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음은 대우건설 트리폴리 지사장인 정재학 상무와 성익제 벵가지발전소 현장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정재학 트리폴리 지사장
-현지에서 느끼고 본 상황?
▲지금 트리폴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곳은 트리폴리 호텔 36층이다. 이곳은 트리폴리 제일 중심지 해변에 위치해 있어 36층 옥상 내지는 35층 식당에서 내려다 보면 중심지인 그린스퀘어와 밀집지대를 살필 수 있다. 가장 치열했던 21일 이후 거의 시위가 없었다. 현지 리비아 직원들이나 한국 사람들 중에서 트리폴리의 주거지역 거리에 총을 맞은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 같은 상황을 겪어본 사람은 없다. 한국 사람 대부분은 외국인 거주 밀집 지역에 있었고 시내 중심지에서는 격렬한 시위 없었다. 기본적으로 안전한 가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남편이 근무하러 나간 후 혼자 집에 있는 부녀자나 자녀들의 경우 이같은 보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직원 가족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직원 가족들이 전세기편으로 이동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비행기가 언제쯤 이동할 계획이냐.
▲한국 이집트 대사관에서 이집트 항공을 접촉해서 비행기를 임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우건설 가족 중에서는 주재원 가족, 동반 가족 및 현재 입사 직원 1명을 최우선으로 15명 신청했고 전원이 오늘 출국한다. 현지시간으로 오늘 아침 7시30분까지 공항 집결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9시30분경 비행기가 트리폴리 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국내 기업 및 외국 현장은 어떤가?
▲트리폴리 지역의 한인 업체들의 구체적인 철수계획은 보고받은 바 없다. 대부분 동부지역 건설현장의 이집트, 중국 아파트 건설 업체들과 한국 현장들은 모두 철수하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 시위대 세력에 의해 치안은 유지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공사 대금을 수령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사를 해도 대금 받을 수 없으니까 철수는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다.
-외신에서 전투기 폭격으로 시체 1000여구가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알자지라 방송 내용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21일 일부 시내 외곽지역에 외부 세력들이 진입할 수 있는 주요 포스트 루트에 전술적인 폭격을 했다는 정도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트리폴리 시내에서 시위 군중을 비행기로 폭격, 시체, 죽음의 도시 이런 사안에 대해 교민들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보도가 나가느냐' 의아심을 갖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기사가 여과 없이 흘러 나가는 분위기다.
◆성익제 벵가지 발전소 현장소장
-벵가지쪽 상황은 어떤가
▲현재 동부 지역 상황은 혁명군(시위대)이 장악해 치안이 안정된 상황이다. 발전 소 현장은 혁명군들이 모두 시설물 안전을 위해서 주야로 경계를 서 주고 있다. 혹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 경비도 계속 강화를 하고 있어 일단 아무런 문제는 없다. 시내에 상점들도 5일전 까지만 해도 많이 닫았지만 어제부터 열었다. 우리 현장은 총소리를 들은 것은 없다. 벵가지 병원 현장에 따르면 3~4일전에 총격전이 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병원 현장에서 시내 왕래가 가능한 정도로 호전됐다.
-다른 건설업체들의 동향은 어떤가.
▲지금 벵가지 쪽은 일부 습격을 받은 회사들이 탈출 계획을 짜고 있다. 원건설은 이집트로 나갔고 ANC대수로 회사는 터키 배에 인원이 남아 어제 수속을 밟았다. 우리 현장에서 대피중인 현대건설 직원들도 일단 그쪽(배편)으로 방향을 잡아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우건설의 철수 계획을 얘기해 달라.
▲벵가지 발전소 건설현장은 통신이 원활하기 때문에 여기가 포스트가 돼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3단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는 아국인은 물론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삼국인의 철수까지도 같이 고려했다.
-굳이 철수를 하는 이유는.
▲벵가지 발전소 현장의 공정률이 98.5% 시운전만 하고 있다. 당초 발주처에 발전소의 시운전 후 현장을 넘겨주고 인력이 단계적으로 나갈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현재 3단계 철수 계획을 세웠다. 지금(1단계)은 발주처에 현장을 넘겨주는 단계에 있다. 2단계는 바로 계획을 실시하는 것이고 3단계는 즉시 철수하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돼서 철수할 경우 어떤 손실이 예상되나?=
▲발주처의 승인을 얻어야 하겠지만 지금 철수를 하게 되면 여기 남아 있는 장비, 잉여자재, 가설건물 등에 대한 안전을 보장 못한다. 발주처에 요청을 해 놓겠지만 발주처에서 우리 남은 자산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이같은 자산 손실이 예상되고 그 다음에 향후 추가 공사에 나설 경우 공사 재착수시까지 시간적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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